부자 언니편
매주 1~2회는 외과 항암이 있었다. 종종 혈액종양내과 간단한 항암이 있는 것은 옵션이었다.
처음에는 정맥주사로 맞는 8시간 짜리 항암을 하고 나중에는 허셉틴(허쥬마라는 이름으로 유럽이나 외국에서는 나가더라) 이라는 신약을 피하주사에 투여했다.
이 약의 장점은 3주 간격 1회 피하주사가 가능하다는 점.
기존의 다소 복잡한. 6~8시간짜리 항암에 비하면 한 번 맞고 가면 땡 끝나는 마법의 주사였다.
사람마다 맞는 회차가 달랐지만 17차에서 21차까지 맞으면 종료되는 약이었다.
거의 3주 한번이나 거의 1년 맞는다 생각하면 될 듯.
단점은 주사제제가 맞을 때 아프다. 뻑뻑하다.
보통 이 약제는 허벅지에 투여했는데 항암제는 매우 뻑뻑했다.
놓는 사람도, 맞는 환자들도 힘든 그런 약이었다.
유방암 환자들이 주로 이 주사를 맞았는데, 8시간 항암을 몇 차 하고 나서 사이클이 끝나면
환자의 증상에 따라 허셉틴을 맞을 사람들로 분류되었던 듯하다.
그 분들은 단기입원치료실 혹은 주사실로 나누어 항암을 어디서 할 지 장소를 배정받았다.
그래서 3주에 1번꼴로 만났다. 8시간 항암을 맞을 때부터 봤던 환자들이 좋아져서 허셉틴으로
주사제를 바꾸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마침내 허셉틴이 다 종료될 때쯤에는
환자편에서 먼저 말할 때도 있었다.
" 선생님 저 오늘 주사 마지막이에요. "
그러면 너무 축하드린다고. 그동안 주사 맞느라 너무 고생하셨다고 이렇게 말씀드렸고
선생님이 주사 놔주셔서 수고하셨다는 이런 기분 좋은 덕담이 오고갔다.
© jentheodore, 출처 Unsplash
부자 언니도 그 중 한 분이셨다.
가족들에게는 아프다 말하고 싶지 않다며
혼자 씩씩하게 항암 잘하고 완치받고 싶다고 했다.
다른 분들은 딸이나 혹은 남편과 같이 오셨지만 이 분은 거의 혼자 오셨다.
나중에 라포가 쌓이게 되서 대화를 하다보니 우리 지역에 건물이 있다고 했다.
성격이 호탕하신 분으로 기억하는데 언젠가는 우리에게 고맙다면서 커피 영수증을 가져오셨다.
내가 계산했으니 너희들이 먹고 싶은 걸로 바꿔먹으면 된다고.
근데 종류가 아메리카노였다.
선택 따윈 할 수 없었다는 게 함정.
그래도 그 마음을 알아서 너무 감사했다.
나중에 퇴사하고 나서 줄곧 가던 아울렛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부자언니를 만났다.
옆에는 집에서 같이 일하는 분이시라고 했다.
그 때 나는 아울렛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엉덩이가 무거워 산책하던 중 만난 것이었다.
너무 반가워하시고 이 동네 사냐고 물어보셨다.
이 동네는 안 사는데 서점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밥을 사주겠다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고르라고 하셨는데 환자에게 얻어먹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 그 때 브런치를 먹었던 터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커피를 사주시겠다고 했다.
커피도 이미 마셨다며 극구 사양했다.
계속되는 거절로 약간 서로 민망했을 그 상황이었지만
그 때 사주세요 하지 않았던 날 칭찬한다.
그래도 그 사람에게 내가 밥 사줄만큼, 커피 사줄만큼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에 감사했다.
간호사와 환자와의 거리.
라포형성은 되면서도 서로 지킬 건 지키는 그런 사이.
그게 딱 좋은 것 같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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