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실에서 만난 환자들(4)

CRPS 환자편(2)

by 유의미

마지막 한 분은 중년.. 여자분이었다.

이 분은 허리통증을 주로 호소했는데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고

어쩌다가 CRPS를 진단 받았는지 모르는 분이었다.

이 분도 통증 클리닉 시간에는 주사실로 매일 출석, 통증 클리닉 진료가 없는 날은

응급실로 매일 온다고 했다. 실제로 나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이 분은 수액을 맞으며 마약성 진통제를 여러 번 맞는 A, B님과 달리 C님은 다이렉트로

혈관 주사 한 대만 맞고 가셨다. 그래도 주사실 체류시간이 거의 없어 깔끔했다.

늘 놓던 자리가 있었는데 이 분과 내가 안 맞아서일까. 1번 혈관을 찾지 못한 뒤로는

이 분의 주사는 안 놓게 됐다. L선생님이나 파트장 선생님이 놔주셨다.

그러다 L 선생님이 그만두게 되자 어쩔 수 없이 C님의 주사를 놓게 되었다.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내 실력이 늘어서인지 C님의 주사를 잘 놓게 됐다.

이게 무슨 일? ㅎㅎ

L 선생님의 공석을 메꿔줄 선생님이 들어오셔도 한동안 C님의 주사를 놔드렸다.

1년이 지나고 나서야 라포관계가 형성된 뭐 그런 것이었다.

C님 입장에서도 새로 들어온 사람이 놓는 것보다는 그래도 1년 전부터 보던 내가 놓는 게 나을테니까

더 이상 나를 refuse(거부)하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분들만 담당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각자 사정을 들어보면 안됐고 잘해줘야지 생각하다가도 엄청난 외래 환자 인파와

업무량에 우리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주사실로 돌진하는 환자들의 처치를 수행해야 했다.

주사실은 번호표를 뽑고 순서가 되면 주사를 맞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이미 들어와있는 A님 B님이 지금 주사를 달라고 하면

앞에 이미 번호표를 뽑고 들어온 사람들의 처치는 미뤄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호출했던 환자가 들어오면 그 분의 처치를 끝내고 다음번 환자(벨)을 부르지 않고

A, B님의 처치를 했다. 물론 A, B님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우리도 사람인지라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 번호를 빨리 빼야할 때는 대환장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너무 바쁠 때는 아수라장이 됐다.

왜냐하면 A,B님이 주사를 달라고 하면 그 시간도 안배해야하니까.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 지 모르지만 가끔 병원갈 일이 있을 때는 주사실에 들린다.

아마 파트장 선생님이 근무하실 때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년 전에 A님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퇴근 시간을 보전해주지 않기도 했지만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CRPS도 힘든데 암투병까지 한다고 생각하니 어떡하지 싶었다.

이미 발견했을 때는 말기라고 들어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들었다.

우연히 검사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사람 일은 참 알 수 없구나 싶으면서도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결국 내 몸 건강한게 제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간호사는 아프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 몸관리하고

너무 아등바등 살지도 말아야겠다 싶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죽는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 누구랑 함께하고 무엇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지 답이 나온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임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붙잡아지 않아도 될 관계를 붙잡지 않고

소중한 관계들을 잘 이어나가야 한다.

문제는 그걸 건강을 잃기 전에는 잘 모른다는 것.

건강을 잃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을 돌보면서 삶과 죽음의 파노라마를 직, 간접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

잊고 살다가 이런 순간에야 직면하게 되는 게 있다.





무엇이 삶에서 중요한지

누구와 함께할지

만약 오늘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떤 나무를 심을지와 같은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분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정말 내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고

그 여정을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은지






CRPS 환자편 마침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제 글이 도움 되셨다면

재밌게 읽으셨다면

공감하셨다면

라이킷, 구독, 댓글






구독자님의 라이킷 구독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블로그 링크 참조

공감하는 댓글과 구독 시작을 클릭하세요





저의 다른 콘텐츠가 궁금하시다면 유의미 클릭!

협업 및 제안은 이메일로 부탁드려요


keyword
이전 12화주사실에서 만난 환자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