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병동에만 있다 주사실에 오니 이 곳은 천국이었다.
외래 간호팀 선생님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으셨는데 부모님 나이뻘이 되는 어르신들이 제법 있으셨다.
나에게는 엄청 대선배인 연차다. 20년 30년 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묘하게 병원인데 가족같은 분위기(?) 이 엄마 냄새 나는 따뜻한 분위기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외래에서는 조직 활성화라는 전통(?)이 있었는데 외래 모든 파트가 모여 회식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특별한 일, 경조사가가 아니고서는 어지간하면 참석하는 회식이었다.
이 조직 활성화의 특이한 점은 각 부서별로 미션을 준다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병원앞 OO천가서 사진찍고 인증 이런 식이었다. 지금은 오래되서 잘 기억나지는 않으나 1등에서 3등까지는 약간의 선물을 줬던 것도 같다.
© takencareof, 출처 Unsplash
외래 간호팀 단톡방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단톡방에 전송하면 끝!
덕분에 병원 밖을 나와 바람도 쐬고 걷다가 지정 회식 장소에서 밥먹고 가면 되는 그런 자리였다.
밥을 먹다보니 의도치 않게 타부서 사람들과 같이 앉을 때도 있었고
핵인싸 파트장 선생님 덕분에 다른 파트 선생님들과 자연스럽게 입을 트게 되었다.
근속 30년을 앞둔 만큼 병원에 모르는 선생님들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 밑에서 일하다보니 자연히... 관심 간호사가 되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선생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으려 나름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했던 것 같다(예의 없는 스타일은 아닌데.. 실제 캐릭터는 단호박..)
© mohaumannathoko, 출처 Unsplash
이런 외래 조직 활성화는 1년에 2~3번 정도 있었고, 계약직으로 일하는 동안 4번 정도는 참석한 것 같다.
어쩔 때는 빠지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파트장 선생님이 같이 가자고 하면 나도 모르게 고개 끄덕이게 되었다.
아는 사람 없다고 하면 내가 있잖아..나랑 같이 가면 되지. 이러심.. 어떻게 안 갈 수 가
그치만 회식은 나름 즐거웠다. 각 조직 활성회 때마다 미션이 있었고, 마지막은 늘 밥을 먹고 짧게 헤어지는 회식이었다. TV에 나오는 회사 이야기에 비하면 나름 건전하게 놀았던 것 같다.
외래 간호팀 단체 사진 이런 것은 조금 싫었지만 그래도 파트장 선생님이 있어 즐겁게 참여했다.
술을 강요하지 않았고 밥먹고 나면 2차 이런 것 없이 쌈빡하게 헤어질 수 있어서 그나마 참석할 수 있었다.
가끔 팀장님과 UM님의 일장연설이 있었지만 한 귀로 들어갔다가 한 귀로 나왔기 때문에 참을만 했다.
© senjuti, 출처 Unsplash
그런 날은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거나, 첫째가 조금 크고 나서는 같이 데려가기도 했다.
피자가게에서 회식했던 적이 있었는데 2층은 소회의실이 있었고, 1층에는 놀이터가 있었다.
그 날 미끄럼틀에 꽂힌 첫째 때문에 팀장님의 일장연설을 피했다.
아이랑 놀아주다보니 팀장님의 일장연설이 다 끝났다고 했다. 피자 먹으러 올라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 때 첫째가 4살이었는데 무대 장악력에 대한 야욕이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며 돌아다니고 내려오지 않아서 급 당황했다.
엄마뻘 되는 선생님들이라 예뻐해주시고 이해해주셨다.
어느 회사 회식에서 이런 게 가능할까?
같이 일했던 주사실 멤버들이 아이를 봐주고 예뻐해줘서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마 다시는 이런 친워킹맘적인 조직에서 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립다. 그 시절들이
그만큼 커버린 첫째의 지난날도
30대 초반 그 시간들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이여 안녕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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