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회식은 사절입니다

세상 불편한 회식과 편한 회식 두 종류

by 유의미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래 주사실이다 보니 소아과 갑상선내과 등등 외래 모든 과와 접점이 있었다.

주사실이 마지막 오더를 수행하는 곳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각 부서에서는 우리에게 부탁이나 요청하는 편이었다.

외래 끝날 시간 직전일 때는 전화를 해서 환자가 가도 되는지 물어보고는 했다.

우리 입장에서도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 오.. 오세요. "라고 말할 수밖에






그래서일까 여러 과와 교수님들이 회식을 하자고 제의하실 때가 종종 있었다.

갑상선내과의 경우 우리가 샘플(피검사)을 해주고 있었고, 소아과는 말해 모해.

호흡기치료와 결핵검사, 예방 접종, 소아성조숙증 검사 등 많은 일을 했다.

그래서 내가 다녀온 회식의 두 종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 세상 불편한 회식 >





갑상선 내과에서 교수님이 주사실 간호사들이 고생한다며 교수님이 회식을 하자고 했다.

갑상선 내과에서는 1주일에 1번 피검사를 하러 환자들이 왔는데 5~6명 정도 왔다.

그렇게 많은 인원수는 아니지만 우리 업무 하면서 중간에 끼워넣기식이라 아침부터 채혈이 있으면

제법 분주했다.




이 회식에는 갑상선 내과를 담당하는 선생님과 진료협력팀 사람들도 함께했다. 파트장 선생님이야 워낙 오래되셔서 협력팀 사람들도 알고 계셨지만 OOO 교수님 자체가 편한 분은 아니라 제법 불편했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식이라고나 할까.





그냥 그렇게 고마우면 커피 한 잔 사주고 말지, 기프트 카드 이런 거 주면 정말 센스 넘칠 텐데 라며

갑상선 내과 선생님과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갑상선 내과 선생님이 교수님에게 이야기했으나 반려당했다고 했다. 교수님은 아니야. 그래도 주사실 선생님들 고생했는데 직접 얼굴 보며 밥을 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아니. 정말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니까요. 속마음은 그랬다.






안 그래도 가기 싫은 회식이었으나 파트장 선생님은 여기 맛있대. 비싼 곳이라며 먹고 싶은 거 다 먹어하면서 같이 가자고 나를 꼬셨다. 나는 그 꼬임에 넘어갔고 L 선생님은 아이가 둘이라 함께하지 못했다.

또 주사실 멤버 3명인데 1명만 가기도 뭐 했다. 그렇게 갑상선 내과 선생님, 파트장 선생님과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갑상선내과 교수님, 그리고 전공의도 있었고, 잘 모르는 진료협력팀 사람들까지 불편.. 만수르였다.

더군다나 진료협력팀 팀장님이 술 권하는 스타일이라 더 싫었다는






내가 술을 잘 못 먹는 걸 눈치챈 갑상선내과 선생님이 대신 맥주를 마셔주셨다. 나를 아마도 서른 살 애기라고 생각하셨던 듯하다. 그러면서 팀장님에게 " 저희 술 별로 안 좋아해요. 이렇게 술 권하는 거 불편합니다. "

라고 팩폭을 날리셨다. 외래 간호팀은 올드 선생님(고연차)들이 많았기 때문에 후배들을 엄마 같이 대해 주시는 그런 분위기였다. 선배님! 멋지십니다. 쌍따봉을 날리고 싶었지만 회식자리여서 그럴 수 없었고

내 눈빛에서 느껴지는 그 마음을 알고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불편한 회식은 계속되었고 안 친한데 아이스 브레이킹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나는 갑상선 내과 선생님과 파트장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고, 뭐 얹히지는 않았지만 와인도 마시고

교수님 찬스로 맛있는 음식도 냠냠 챱챱 먹을 수 있었다. 진료협력팀 멤버들과 교수님은 이미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고 적당히 이야기하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일어섰다.





결론: 어떤 걸 먹느냐보다 누구랑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소아과 병동 & 소아과 외래 회식>





소아과 B교수님은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소아과 선생님 피셜로는 소고기를 먹으러 가는데 교수님만

아스파라거스를 드신다고 했다. 우리는 소아과와 접점이 많았기 때문에 소아과 회식에 주사실도 불러주셨다.

소아 성조숙증 검사를 하느라 칼퇴를 보전받지 못할 때도 많았는데 교수님이 미안하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평소 소아과와는 헬퍼도 왔다 갔다 했고 전화통화도 많이 하는 부서라 낯설지 않았다.

지난번 갑상선내과와는 접점이 거의 없었다면 소아과는 수액처방부터 소아 성조숙증 검사

예방 접종까지 논의할 게 넘쳤던 부서였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었고, 소고기를 평소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날 회식에서 먹은 소고기는 엄지 척 이었다. 한우 1등급 이상 됐을 법한 느낌적인 느낌!

어색하지만 서로 돌아가면서 부서와 이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했던(?) 자리였다.

정말 소문대로 B교수님은 고기 대신 아스파라거스를 드셨다.

말로만 듣던 피셜이 진실임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소아과 병동에서도 몇 분 오셨는데 소아과 병동과도 접점이 있었고,

첫째가 세 번 정도 입원했었기 때문에 몇몇 낯익은 분이 계셨다. 또 소아과 멤버들과는 그래도

주사실로 헬퍼를 왔기 때문에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먹으면서 이야기도 적당히 어우러지는

같이 즐기는 느낌의 회식을 했다. 이 날 소아과 전공의도 몇몇 참석했는데 처음 만났는데

병원 근처에 내려드렸다. 어차피 나도 그 방향을 지나서 가므로

이렇게 카풀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거. 신기방기.






그 와중에 소아과 선생님은 소고기가 너무 맛있다며 싸가겠다고 했고 아마도 교수님이

계산하셨을 듯하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회식은 적당히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다 끝이 났다.

갑상선 내과 회식과는 확연히 대조적이었다. 그렇다고 서로 막 술을 권하지도 않았고

먹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먹고 안 먹고 싶은 사람은 안 먹는 술 권하지 않은 사회라서 좋았다.

이래서 맛있는 음식을 라포가 형성된 상태에서 먹으니 더 꿀맛!






결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과 먹으면 불편하지만,

관계가 있는 사람과 먹으면 편하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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