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언제해도 익숙하지가 않다

by 유의미

주사실 퇴사를 앞두고 1주일간 내 기분은 최고조였다.

어떤 태클이 들어오고 타부서, 환자들이 어떤 요구를 해도 수용할 수 있었다.

왜냐. 나는 곧 퇴사할 거니까.

그랬는데 퇴사하던 날 당일은 조금은 멜랑꼴리했다.

파트장 선생님의 따뜻함. 외래 간호팀 전체에 깔려있던 따뜻한 분위기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계약직이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고 그 기간동안 무얼하면서 지낼까 상상하면서 행복했다.

그리고 퇴사 후 플랜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ENTJ라 계획하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편. 그리고 그 계획대로 딱딱 맞아 떨어질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편이다.) 물론 이 때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출 퇴근을 스타벅스로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썼었다.

나에게 주어질 이 자유의 시간 무엇을 할까 생각하면서 참 행복했었다.






마지막 근무날은 토요일이었고 외래는 토요일 오전까지 진료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교대로 토요일을 돌아가며 근무를 했다. 사실 그 주는 깔끔하게 금요일까지 일하고 퇴사하고 싶었으나 막내가 원티드(휴무)를

내서 퇴사하는 마당에 기분좋게 토요일 근무를 하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전 날, 각 파트를 돌면서 퇴사한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축복의 말을 건네주셨고,

내가 출간 작가라는 걸 아는 선생님들은 그 쪽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UM님, 팀장님, 소아과부터 외래를 한 바퀴 정도 돌고나니 이제야 퇴사한다는 게 실감났다.

그 2년 동안 주사실 근무가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파트장 선생님의 따뜻함과 든든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혹시 내가 실패하더라도(혈관을 못 찾는다거나 그럴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파트장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외래 간호팀 선생님들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나이대도 비슷했기 때문에 나름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관계적인 스트레스는 1도 없었다. 제로!










마지막 날은 파트장 선생님과 나와 둘이 일했는데 선생님은 아침을 사주시겠다며 내 손을 잡고

지하 1층 베이커리로 데려가셨다. 그 때 병원에서는 아침을 직원들에게 빵으로 제공했는데

식대에서 차감됐던 것 같다.(급여에 식대가 따로 나왔다) 선생님은 급여에서 차감된다며 극구 말리며 빵을 사주셨다. 선생님의 그런 마음을 알아서 가끔 선생님이 불통이어도 참고 넘어갈 수 있었고(답정녀 였던 부분들이 조금 계셨지만 우리는 그런 선생님을 귀여워했다) 힘들었지만 최대치로 능력을 끌어올려서 주사실에서 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근무였던 토요일은 그렇게 바쁘지 않았고 그럭저럭 환자들이 왔다.

선생님이랑 퇴사후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선생님은 내가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부양할 가족이 있어서 퇴사할 수 없다며 중년의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선생님의 딸은 대학 학자금이 나올 때까지 엄마 그만두지 말고 일하라고 했다고 한다.
나도 그럼요. 선생님 이제 조금 있으면 30년인데 조금 더 버티셔야죠 뼈때리는 조언을 해드렸다.






어떻게 일했는지 모르겠지만 퇴근후 정리하면서 컴퓨터를 껐을 때

이제 여기도 마지막이구나 라는 실감이 났다.

선생님은 종종 놀러오라고 했다.

퇴사하는 게 처음도 아닌데 참 마음이 그랬다.

언제나 어딘가에 새로 정착해서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떠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렇게 마지막 주사실 근무를 마치고 병원 밖을 나왔을 때 참 해가 쨍쨍했다.

앞으로의 나의 앞날도 저 해처럼 쨍쨍하기를 기대하면서.






주사실 간호사편 마침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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