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퇴사고백을 받다
아이들과 남편을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일이 많아서 늦을 것 같다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먼저 식사를 했다.
8시쯤 되었을까.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아빠 그러면서 아빠를 반겼고 남편은 지친 표정으로
사람들에 치여서 들어왔다.
집에오는 길 지하철에서 얼마나 치였을까 안쓰러웠다.
샤워를 하고 남편이 식탁에 앉았다.
남편 몫으로 만들어두었던 음식을 꺼내주었다.
" 오늘 바빴어? "
" 어. 오늘도 정신 없었어. "
" 많이 힘들었겠다. "
" 응. 오늘 진짜 힘들었어. "
" 왜. 또 대표가 데이터 가져와서 이거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어? "
" 응. 그것도 그렇고. 자꾸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서 급진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까. "
"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다는 게 뭔데? "
" 퇴사한 직원들에게 소송건다고 하고 그러니까. "
" 그 사람들이 소송걸만큼 잘못을 했어? "
"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데, 너무 급진적이고 속도가 너무 빨라. "
" 그치. 대표 입장에서는 빨리 자기 세력. 입지를 다지고 싶을 테니까. 근데 소송은 왜 거는 거지? "
" 나도 몰라. 나중에 문제 생길 것 같아. "
" 그렇구나. 오빠가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하겠네. "
" 어 그렇지. 그래서 말이야. 나 회사 그만둘까해. "
" 어 그래? 정말? 지난번에도 그만둔다고 했는데 계속 다녔잖아. "
" 어. 우리 대출 갚아야하니까 다니려고 했지.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야. "
" 그래. 오빠 그동안 쉬지 못하고 계속 일했잖아. 그 때 H차장님 그만둘 때 오빠도 나왔어야 했어. "
" 그러게. "
" 이번 기회에 쉬고, 여행도 다녀오고 천천히 알아보자. "
" 아니야. 최대한 빨리 직장 구할거야. "
" 아니야. 1~2달 정도 쉬면서 천천히 구해도 돼. "
" 너랑 애들한테 미안해. "
" 뭐가 미안해. 오빠 8년동안 못 쉬고 계속 일했잖아. 이제 쉴 때도 됐어.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래 쉬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
" 최대한 빨리 직장 알아볼게. "
" 다음에 오빠가 그만둘 때는 6개월 1년 쉴 수 있게 돈 모아둘게. "
" 제발. ㅋㅋㅋ "
© j_wozy, 출처 Unsplash
남편에게는 일단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걱정이 되기는 했다.
일단 기대출이 많았고 카드원금이 제법 되었다. 더군다나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를 어떻게 메꿔야 할까
생각했다. 남편 퇴직금이 나오기는 할테지만 입주하느라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았었다.
따라서 거의 받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초조한 이 사람에게 나까지 빨리 직장 구해야지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은 오히려 아이들과 나에게 미안해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족을 서포트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나는 올 것이 드디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출산하고 키우는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출산 휴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이 경제적 쿠션으로 지지해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기간동안 수입이 거의 반으로 줄어 힘들기는 했지만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번에는 내가 반대로 남편을 지지해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수습할까는 나중이었다.
일단 혼란스러운 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토닥여주는 게 먼저라는 마음이 들었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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