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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Nov 26. 2023

고인물 대잔치, 진짜 빌런은 누구?

그렇게 A선생님과 한바탕 썰전을 뜬 후 A선생님은 나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처럼 이렇게 해야해 라고 말한다던가 선생님 이리와봐 라고 말하지 않았다. 남에게 터치받는 거 싫어하는 내 성격상 많이 참은 셈이었다. 나름대로 연장자 대우를 해드렸으나 샤프를 머리를 민다거나 다른 사람들(조무사 선생님, 기타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이 있을 때도 혼내듯이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에 있어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아무튼 그 날 이후 나에게 말할 때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내 담당 환자에 대해서 건드리지 않았다. 나 역시 선생님 이 환자 제 환자니까 제가 오더 받을게요 라던가 그럼에도 이거는 이렇게 해달라고 했을 때 선생님 그거 별로 안 중요해요. 의미만 서로 통하면 되지. 저는 이렇게 쓸거에요. 고치고 싶으면 선생님이 그렇게 쓰세요. 라고 말해서 더이상 말을 못하게끔 했다.




그러다 장기 근속 선생님이 그만두게 되었고, 나는 팔자에 없는 팀인계를 해야했다. 수선생님은 굉장히 많이 걱정하셨다. 하지만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급성기 병원에서도 인계를 했었다. 말하는 것은 자신있었기에 드디어 올 것이 오나보다 싶었다. 수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은 생각보다 잘하네? 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장기 근속 선생님이 그만두면서 발생됐다. 우리는 이브닝 간호사가 모자랐는데 나와 친절한 B 선생님은 육아맘이었다. 그 말은 곧 그래서 데이킵을 지원했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했다. 이브닝 간호사를 구인한다고 공고에 냈지만 요양병원이어서 그런지 정말 멤버가 구해지지 않았다. 구해지더라도 트레이닝 몇 일 받고 잠수를 탄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데이들이 돌아가면서 이브닝을 메꿔야 했다.




사실 내가 입사했을 무렵도 그렇게 근무가 돌아갔었는데 A선생님과 장근속 선생님이 많이 이브닝을 했었기에 그 때는 이제 체감상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수선생님은 나에게 부탁했다. 근데 그 부탁이라는 것이 미리 근무를 짜놓고 해달라는 식이었으며 평일 이브닝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평일이면 곤란했다. 아이들이 4시에는 하원해야했으므로 그러면 나 아닌 누군가가 아이들을 남편이 오기전까지 케어해줘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수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봐줄 것도 아닌데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브닝 근무를 넣는다는 것은 너무했다. 그래서 나는 주말이면 가능하겠지만 평일은 어렵다고 했는데 그러면 누가해. 근무가 안돌아가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마음이 약해진 나는 이번만 해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이렇게 된 건 이브닝 C 선생님이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못나오겠다고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중에 친절한 B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C선생님을 위한 편파적인 듀티를 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선생님과 수선생님은 이 병동에서 만난 사이고, 그러다 기존 수선생님이 그만두게 되면서 지금 수선생님이 평간호사에서 수간호사가 되셨다고 했다. 두 분이 나이도 동갑이고 같이 병동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C선생님의 의견을 많이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매번 주말마다 오프신청하시고, 지난 달에는 오프를 10일인가 11일인가 쓰고 해외여행에 다녀오셨다. 물론 수선생님에게는 이야기했겠지만 병동 멤버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장기 오프를 쓰면 이야기해야하는 것 아니에요? 라고 A선생님이 이야기했을 때도 수선생님은 C선생님을 감싸고 돌기에 바빴다. 그걸 왜 너한테 이야기해야하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다지 남 일에 관심도 없고 내 일만 잘하면 되지 라는 주의라 이런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몰랐던 나는 순식간에 이 거지같은 편파판정은 뭐지? 그럼 C선생님 그 사람을 위해 나머지 멤버들이 듀티를 조정하는 희생양이 된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면서 앞으로 수선생님이 부탁을 해도 해줄 필요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B선생님도




" 평일 이브닝은 못한다고 말해 OO샘은 인터벌 4개 주지 말라고 해서 3개씩 근무 들어가잖아. 그리고 맨날 주말 오프도 몇 개씩 신청하고. 예전에는 D샘이 있어서 그게 굴러갔지만 지금은 우리 셋밖에 없는데 우리가 못한다고 하면 수선생님이 하거나 수선생님도 C선생님한테 말하겠지. "




그래서 못한다고 하니 수선생님은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걸 말로 표현하시는 분이었다. 우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평일 이브닝은 못한다고 했고 수선생님이 대신 이브닝에 나오는 날이 1달에서 2달 정도 있었다. 그래봤자 4~5개 정도였지만, 그 때 수선생님도 깨달으셨을 거다. C선생님이 원티드(근무 신청)를 이렇게 내면 안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컴플레인을 하나 더 보탰다. 데이 때 정규처방을 받고 오더받고 회진 준비하고 신환받고 피똥싸게 일하는데 왜 이브닝잡(일)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 병원에 와서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점 중에 하나다.








다음날 v/s(활력징후), 인수인계 서류, 드레싱, BST(당검사), 이브닝 챠팅, 다음날 식이전송, 향정(마약류나 향정약 예를 들면 수면제 등이다)약도 데이때 챙겨 놓는다고 했다. 다른 요양병원에도 잠깐 있었던터라 나는 이 시스템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으나 적응기간이라 여기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제는 장근속 선생님이 나가고 데이3명에 이브닝까지 커버치면서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선생님, B선생님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수선생님에게 컴플레인했다. 데이때 가장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피똥싸게 누구는 밥도 안 먹으면서 바쁘게 일하는데 이브닝이 혼자 근무한다는 이유로 이 모든 일들을 커버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이다. 그 이브닝이 보통 C선생님이었고 그 모든 수혜를 그동안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선생님은 당황했다. 한다는 변명이 당신이 그런게 아니라 당신이 오기전 수간호사 때부터 그랬다면서, 이게 미드(9A-5P 근무자)가 있어서 그런거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팩폭을 하자면 현재는 미드가 없다. 미드가 없는데도 데이가 3명 있는데 이브닝 근무까지 커버치면서 데이하는 날에는 이브닝 차팅까지 해주면서 일해왔던 것이다. 나는 들으면서 말이야 방구야 싶었다. 당신이 병동을 대표하는 수간호사라면 잘못되어 있는 것은 바로잡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병동을 관리해야 하는데 마치 당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전임자에게 떠넘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B선생님과 나는 이브닝 잡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선생님은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C선생님도 예전에 그렇게 해왔고 다 할 줄 안다며, 오히려 안해도 되는데 우리가 이브닝 잡을 해줘서 그런 것 같다는 말꼬리를 흐렸다. 당신의 절친(C선생님)에게 이 불편한 컴플레인에 대해 말해야 했으므로 마음이 안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컴플레인은 계속됐다. C선생님은 본인이 이브닝을 할 때 전화가 걸려오면 이브닝은 혼자 근무하니까 데이때 전화하세요 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나도 전해들었을 때 꼭지가 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자꾸 자기 일을 데이 때로 넘기지? 그리고 실제로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전화로 확인해야 할 일이라던가 이브닝때 거를 수 있는 일인데도 데이 때로 넘기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C선생님은 이브닝 때 일을 안한다고 수선생님에게 컴플레인했다. 수선생님은 이브닝은 혼자 근무하니까 데이 때 전화하세요는 좀 아니라면서 왜 그러냐면서 우리의 말에 동조하는 척했다. 그건 당신이 이야기하시겠다고 말이다.








사실 그동안 적응 못하고 떠난 사람들 중에는 C선생님의 이런 점과, C선생님을 향한 수선생님의 편파적인 애정도 한 몫했던 것 같다. 근무가 누가봐도 이브닝은 놀면서 월급루팡하고 가면 되는 거였으므로 거기다 듀티도 다 C선생님 위주로 돌아가지 이브닝일을 데이가 하지. A선생님 입장에서는 본인이 히스테릭해서 그만둔 사람이 많다고 들어서 억울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A선생님 자체가 흥분하고 감정조절이 잘 안되다 보니 이런 C선생님의 만행과, 편파적인 듀티판정에 수선생님에게 컴플레인을 해도 수선생님이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차분한 B선생님과 내가 조곤조곤 말하니 들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수선생님 입장에서도 그나마 남아 있는 멤버가 A,B샘 나밖에 없는데 안들어주면 보따리 싸서 퇴사할 각이고 더이상 C선생님만을 편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내가 A선생님과 썰전을 풀었다는 이야기가 돌아서였을까. 보통이 아닌 소문이 돌아서였을까. C선생님은 의외로 나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A선생님 피셜, 나이도 어린 선생님한테 한 마디 했다가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뭐라고 말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C선생님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류였고 이런 류가 더 다루기 어렵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C선생님도 서로 적당히 지냈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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