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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 최후통첩:내 보증금은 내가 지킨다

by 유의미

지금으로부터 2년전 12월, 우리 부부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똥줄이 탔다. 집주인은 자신있게 높은 호가에 전세를 내놓았으나 넘쳐나는 전세물량을 보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 22.12월은 전세는 많은데 매매, 전세 거래가 다 지지부진했던 부동산 시장이 얼어 있던 시기였다. 물론 지역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을 수 있겠다. 일단 을인 세입자 입장으로서 집주인이 제시한 가격에 전세를 내놓았으나 집을 보러오는 사람 자체가 한 팀 말고는 없었다. 당장 우리는 첫째 초등입학을 앞두고 학교에 주소 이전을 해놓은 상태였으며, 중도금 대출이 연체될시 우리가 내야하는 이자도 다달이 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집주인은 태평했으며 계약기간 전에 나가니 알아서 세입자를 구해라는 스탠스였다. 이 정도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신 것도 같다. 나쁜 사람만은 아니었음 주의.





그러나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보고, 나 역시 세입자에게 계약까지 살고 이사가겠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그래서 이주변, 동네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며, 전세 구하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 역전세(내가 세입자가 전세줬던 가격보다 전세가가 떨어지는 것. )를 피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 아파트 잔금을 세입자를 구해서 치뤄야하는 상황이었다. 또 빚도 있었다. 그래서 과연 주택담보대출이 나올까? 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모든 것의 키가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전세자금대출을 상환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냐 없냐의 기로에 있었다. 결론은 전세대출부터 상환하고 신용대출을 상환하던지 해야했다. 그러나 우리는 억단위의 돈은 없으므로 무조건 집주인에게 입주날짜에 맞춰 받아야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내 나름대로 여러 부동산에 연락을 돌리고 집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근데 문제는 보러온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게, 얼마나 부동산 시장이 냉각화되어있는지 피부로 체감했다. 많이 고민하다가 입주를 앞둔 시점 2월 1일 집주인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내용의 요지는 우리는 3개월전 퇴거한다고 고지하였고, 첫째 초등입학 때문에 보증금 받아서 나가야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여러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물건을 내놓았음을 피력했다. 이 당시 나는 내용증명을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했다. 남편은 집주인이 기분 나빠할수도 있으니 보내지 말고 말로 잘 풀어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로 풀어가야 하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나였다. 남편은 너가 말을 잘하잖아 하며 그 폭탄을 나에게 돌리는 편이랄까. 아무튼 확실한게 좋으니까. 법적 효력이 있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했다.










© liamtruong, 출처 Unsplash







우체국 온라인으로 내용증명 발송이 가능하며,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현장 접수시에는 같은 내용 3부를 출력해야 한다. 하나는 우체국 보관용, 하나는 나, 하나는 집주인 보관용이다. 인터넷에 뒤져보니 요즘은 내용증명 보내는 플랫폼도 있었다. 변호사 직인이 들어가면 30~40만원선이라 굳이 그렇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글쓰는 것은 꽤나 자신있었기에(?) 굳이 그 돈을 들여 내용증명을 보내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내용증명 자체가 문서화해서 법적 효력은 똑같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내용증명 셀프 작성법은 블로그에 링크를 걸어두었다. 이웃인 경우에 글을 읽을 수 있다. 필요하신 분들은 이웃추가 꾸욱~ 공감 댓글을 사랑입니다.




https://blog.naver.com/ekaroce/223060739883 내용증명 셀프 작성법 1



https://blog.naver.com/ekaroce/223062453296 내용증명 셀프 작성법 2









집주인은 내용증명이 송달되자마자 연락을 해왔다. 까놓고 소송까지 가고 싶어서 보낸거냐 해서 그런건 아니고 나도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명확하게 하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집주인은 5년이나 살았는데 서운하다 어쩌다.. 불라불라 했지만 결국, 대출받아서 보증금을 내줄 생각이었다며 이사 날짜에 맞춰서 보증금을 반환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까놓고 지금 거래 완전 안되는데 집상태에 비해 전세가가 높으며 그 가격에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 말했다. 집주인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수급의 문제인 것 같다며 월세로만 세입자를 받을 거라고 했다. 아마 전세 퇴거 자금 대출을 받아 그런거라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주인과 몇 번의 통화가 오갔고, 보증금을 어느 시점에서 반환할 것인지를 두고 조금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으나 둘다(나도 그분도) 사회생활 만렙. 집주인측에서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하면서 먼저 사과아닌 사과를 해서 넘어갔다.





아무래도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아도 돈은 돌려주셨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정확한게 좋으니까 보냈던 내용증명 후기. 안보냈으면 제 날짜에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처음써봐도 셀프로 작성해볼만하다라는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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