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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r 03. 2024

충격! 술병나다 골로 갑니다(1)

식도정맥류 출혈 환자

소화기내과 병동에 일할때의 일이다. 내가 있던 병동에는 술먹고 술병난(?) 환자들의 집합소였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몸은 아주 정직하다. 알콜로 인한 변화를 기가막히게 알아차리는데 이게 장기화가 되면 췌장까지 아프게 된다. 급성 췌장염이 오기도 하고 실제로 이 통증은 어마어마 하다고 한다. 또 술을 마시다보면 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간경화가 오고, 간경화가 된 상태에서 간문맥이 그 압력이 견디지 못하면... 식도 정맥류가 터진다. 그게 식도 정맥류 출혈인데 그당시는 내 앞에서 피흘리며 쓰러진 환자는 없었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식도 정맥류 출혈로 내시경을 하고 결찰술을 및 수혈로 임시조치를 한 채 나오는 환자들은 많이 받아봤다.  






A님은 우리 병동 장기환자였다. 약간 인지가 떨어지는 것 같고, 덩치는 큰데 약간 모자라보이는... 사람이었다. 젊었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낙상으로 인해 두부 손상을 받았고 그러다 뇌손상까지 있어 수술을 했다고 한다. 이분은 기저질환으로 B형 간염 환자였으며 간경화가 있었다. 배는 항상 볼록했는데 그 부분에 복수가 찼음을 누가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병원에서는(요양병원이기에) 복수 천자를 할 수 없었다.  뭐... 초음파를 보면서 하거나 그럴만한 장비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도 식욕을 절제못해서 한꺼번에 바나나 한송이, 컵라면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다거나 과일을 먹으면 하루에 순삭.. 끝장을 내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조절하면서 먹으라고 해도 한번 눈빛이 달라지면 결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우리도 더 이야기하기 무섭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는 먹지 말라고 말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A님은 정기적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봤는데 문제는 대학병원에서도 별 방법이 없었다는 거. 복수를 빼주지 않았고, 실제로 복수를 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형식적인 진료만 하고 와서 우리는 당황 그 잡채... 그렇게 불안한 데이터가 쌓이더니 결국... 사건이 터졌다. 점심시간에 A님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며 소화제를 원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 사이 나는 잠깐 화장실에 갔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A님 사이로 선생님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저 휠체어는 무엇이며, 저 바닥에 떨어진 것은 분명 피같은데... 아니 피였다. 이게 무슨일이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A님의 얼굴부터 바닥에 흥건한 피, 옷에 묻은 피의 양으로 어마어마한 출혈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도 A님은 피를 입에서 내뿜는 중이었고 그제서야 파악이 된 나는 수선생님에게 내가 뭘하면 되냐고 물었다. 일단 원무과에 연락하고 EMS(사설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고, 주치의에게 전화를 해서 현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우리는 그 사이 A님을 suction(흡인)이 가능한 방으로 옮겼고, 주치의는 생리식염수 수액을 달아주고 흡인을 해보라고 했다. 옷은 피범벅으로 되어 있었고, 장갑을 끼고 A님의 동의하에 안에 입고 있던 옷을 가위로 잘라 깨끗한 환의로 갈아입혔다. 다행히 혈관을 확보해서 수액을 연결했고, 흡인을 했으나 나오는 것은 없었다. 혹시 몰라 산소도 준비했다. 모니터링(혈압, 산소포화도 맥박, 심전도 리듬등을 보는 장치)을 달아주고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했으나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환자도 의식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그 사이 보호자와 연락이 됐고 보호자가 일하는 중이라 EMS(사설 구급차)가 도착하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주치의는 빠르게 전원소견서를 작성해 어레인지를 했고 다행히 원래 다니던 대학병원에서 받아주겠다고 했다. 문제는 EMS였는데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서 거의 50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EMS가 도착했다. 나는 그 사이에 또 재출혈이 있거나 혈압,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가 흔들릴까봐, 그리고 의식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 nci, 출처 Unsplash






덕분에 나는 급성기병원에서도 체험하지 못한 식도정맥류 출혈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안만나도 괜찮은데.. 다행히 환자 혈압도 산소포화도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의식도 있었다. 이만하길 다행이길 생각하면서 다음에는 제발 재입원하지 않길 바랬다. 이것은 주치의와 우리 병동 선생님들 모두. 그러나 원무과에서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것도.. 그런 위험성이 있는 환자를 개인생활 단독방으로 배치했다. 이유는 보호자가 공동간병비를 낼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어쨌거나. 우리는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는게 여느 직장인의 삶이이었으니까. 아무튼 A님은 그렇게 1주일만에 돌아왔다. 피검사 수치를 보니 빈혈 수치도 많이 개선되어 있었고, 첫 응급실 내원즉시 했던 피검사보다는 좋아져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복수는 뽑지 않고 온 것 같았다.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복수천자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이런 위험한 리스크가 있는 환자를 요양병원에서 본다니... 언제 또 터질지 몰라 무서웠다. A님은 못먹어서인지 헬쓱해져서 왔다. 보통 이런 경우 금식이 치료이니 말이다. 그러나 며칠 못가 A님은 다시 폭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내가 보호자였다면, 만약 환자가 폭식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보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이분의 문제는 간경화에 식도정맥류 출혈인데, 결국 한 번 터진 식도 정맥류는 재출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는 것을 진짜 조심해야 하며 절대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 이분의 경우 섭식에 대한 조절이 되지 않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좀 써서 조절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는 보호자에게 다시 재출혈 될 수 있는 가능성, 사망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고, 여기서는 내과적인 치료는 할 수 없어 상급병원 전원 가능성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결국 A님은 내가 오프에 들어갔던 날, 간성 혼수가 와서 응급외진에 갔고, 그 길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나중에 들으니 시립병원에 자리가 나서 그쪽으로 가셨다고 한다. A님에게도 우리에게도 잘 된 일이다. 그러나 만약 A님이 그전에 술을 조금 절제할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간경화, 지방간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A님은 언젠가는 식도정맥류가 또 터질 수도 있다. 내가 젊었을 때 먹었던 술이 이렇게 내 몸에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수를 보다보면 술은 정말 입에 대서도 안되는 기호식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알콜 쓰레기라 정말 다행이다 싶은.






한줄평: 술병은 돈써도 못고친다. 젊었을 때 미리미리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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