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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r 10. 2024

충격! 술병나다 골로 갑니다(2)

뇌경색, 뇌출혈 환자의 가장 안좋은예

병원에 근무하다보니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 끝을 목격할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의 환자들이다. 혼수 상태이거나 아니면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이분 들과의 소통은 고갯짓이나 손짓 등으로 한다. 그것도 되지 않는 환자들은 눈빛으로 파악하려고 애쓴다. 나역시 아빠가 중환자실에 계실때 신체보호대(말그대로 신체 손상 가능성, 위험성이 있는 환자에게 손목이나 발목을 묶어서 부딪치지 않도록 하는 것.)를 적용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환자의 신체 손상 가능성, 낙상 등의 위험성 때문에 적용하고 있는 환자가 몇몇 있다. 이분들의 경우는 인간적으로 바라봐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뇌손상 때문에 인지가 없는 건지, 인지는 있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건지 감별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바로 그러한데, 젊은 환자의 경우 더욱더 안타까움은 증폭된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안타깝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 나이 또래의 환자들이 아픈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도 나고 마음이 안 좋을 때가 많다. B님은 싱글 남자로 50대 환자였다. 뇌경색, 뇌출혈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낙상 위험성, 신체 손상 위험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신체보호대를 적용하고 밤에 수면을 돕는 약물을 썼다고 한다. 급성기 치료가 종료되고 본원으로 입원한 케이스였다. 그러나 이런 분은 야간에 섬망 증상이 있을 확률이 높고, 말이야 급성기 치료가 종료됐다고 하나,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병원 입장에서는 재원일수 기준이 있고, 또 그렇다고 무한정 입원시킬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그들만의 기준에 의거하여) 치료가 끝나면 요양병원, 재활병원으로 전원 보내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아빠가 퇴원했을 때도 치료가 종료되었다고 하나 애매한 상태였고, 보호자 입장으로서도 간호사 입장으로서도 바라보면 이런 분들은 다시 급성기 병원(대학병원)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가 확실히 끝나지 않은 애매한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아닐까 혼자 생각하기도 한다. B님은 코줄(L-tube)로 식사를 하는 환자였으며 의사소통이 고갯짓으로 되는 것 같으면서도 안되는 것 같은 환자였다. 의식 자체가 명료하지 않았으며 우리 병원에 있을 때도 신체보호대를 해야했다. 이유는 코줄을 스스로 제거한다거나 내려오려고 하는 등, 여기저기 부딪쳐서 정강이가 상처 투성이었다. 개인 간병을 써야할 것 같은 상황이지만 보호자들은 비용적인 부분에서 그게 부담스럽고 공동 간병으로 입원했다. 그러나 공동 간병사는 B님 뿐만 아니라 5명의 환자를 더 봐야했고, 경관식(코줄 혹은 PEG:뱃줄이라고도 한다)경구로 식사를 못하는 경우 관을 삽입하여 식사)을 먹었던 터라 대변을 자주 약간 묽게 봤다. B님은 신체보호대를 유지하느라 체위변경도 간병사가 신경써주지 못했고 대변을 자주 보는데다가 몸을 계속 움직여서 엉덩이를 비비니 항문 주변으로 엉덩이 피부가 벗겨졌다. (개인적으로 이래서 간병사를 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병사 입장으로서는 B님은 가만히 있지도 않거니와 대변도 자주보고 손많이 가는 환자였다. 우리가 라운딩(병실 순회) 할 때마다 본인은 저런 환자를 보지 못한다면서 저 환자를 다른 층으로 보내라는 등(간병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고 그럴만한 권한도 없음) 기저귀를 갈 때마다 우리가 와서 도와줘야 한다는 등 헛소리를 했다. 그래서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간병사님의 일이고, 신체 보호대를 풀어서 위치를 바꾼후 체위변경을 해주라고 했으나 간병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 대변도 치워주지 않아서 우리가 치웠고, 우리는 해도해도 너무 하다 싶어 관리자에게 간병사 교체를 의뢰했다. B님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중에도 우리가 대변을 치워주려고 닦아주면 너무 아파서 몸서리를 쳤다. 얼마나 아팠을까 하며 깨끗히 대변을 치워주고 소독을 해주었다. 간병사에게는 체위변경도 잘해주라는 말과 함께.






원래는 지사제를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그 이유는 경관식 환자는 밥을 먹는 것이 아니다보니 대변을 약간 무르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설사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오늘 3번이나 변을 봤다고 하니 엉덩이 피부를 위해서도 지사제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당직의 에게 보고후 처방을 받아서 지사제를 깔아줬고 2일 정도는 대변을 보지 않았다. 그 사이 엉덩이 피부도 호전되었음을 물론이다. B님의 과거력을 보면 원래 술을 즐겨드셨던 분이었고, 간경화도 있는 사람이었다. 뇌경색, 뇌출혈이 오기전에는 자기 손으로 밥도 먹고 걸어다녔을 것이다. 결국 젊었을 때 마신 술의 총량이 오늘 날의 B님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술은 정말 무서운 거구나 라고 느낀다. 마실 때는 분위기도 즐겁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 즐거웠을 것이다. 뇌경색의 모든 원인이 술은 아니겠지만, 그중의 단 한가지라도 줄일 수 있다면 절주, 혹은 금주를 선택할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내 손으로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글을 읽는 독자님들이 아직 젊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존엄하게 죽고 싶다면





술은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는 친구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결혼하든 결혼하지 않았든 나 한 사람이 아픔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나의 건강은 가족의 건강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아프지 않고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들만 많아진다. 현실 자각 타임중~

 




한줄평: 적당한 음주는 내 정신건강에 이로우나 절제하지 못하는 음주는 내몸과, 정신건강에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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