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알보알에서 스노쿨링후 만타유판 폭포로 출발했다. 투어 일정에는 투말록 폭포로 되어 있었으나 지금 투말록 폭포가 가뭄이라 갈 수 없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래서 기대했던 오토바이는 못타게 되었다.(투말록 폭포갈때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모알보알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로 이동하니 도착한 이 곳. 출렁다리 같은 게 있었고 너무 높았다. 약간 제주도의 황우지 해안 같은 느낌이 들긴 했는데 폭포 아래에 동그랗게 물이 있어 사람들이 수영하고 놀거나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동생도 나도 더이상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건 그만 하고 싶었다. 이미 오슬롭과 모알보알에서 질려버린. 필리핀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 가이드는 수영할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고 들어가라고 했으나 우리에게는 필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폭포에 올라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는 점. 출렁 다리같은 것이 있었고, 이 출렁다리를 거쳐야 폭포에 다다를 수 있었으니. 앞서 가는 동생을 보며 뒤따라가기는 했지만 옆을 보니 아찔... 첫째랑 같이 갔던 자이로드롭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무서워서 밑을 보지도 못했다. 정말 내가 여기를 건너갈 수 있을까? 이 다리 안전하긴 한걸까? 하는 T의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발을 내딛었으니 뒤돌아갈 수는 없었다. 동생은 빨리 오라고 했고 뒤의 가이드도 내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괜찮다면서 앞으로 가라고 하는데 정말 하나도 안 괜찮았다. 여행 전 OO월드에서 어떻게 놀이기구를 탔는지 모를 지경.
그렇게 공포심을 폭포를 보겠다는 기대감으로 바꾼 결과. 폭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예뻤다. 에메랄드 그린의 물색깔과 보기만 해도 시원한 폭포가 떨어지는 광경은 출렁다리 건널 만하다는 느낌적인 느낌!? 요정이 사는 곳 같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스노쿨링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 같은 관광객도 있었다. 이 곳에서도 사진은 필수라 필리핀 가이드가 동생과 투샷을 담아주었다. 표정은 웃었지만 실상은 내리쬐는 땡볕이 너무 뜨거웠다. 사실 이 쯤 됐으면 빨리 끝나고 숙소로 가서 씻고 눕눕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출렁다리는 내려올 때도 다시 한 번 건너야 했다. 젊은이들이 앞에서 빨리 빨리 가고 있을 때 천천히 걸어갔다. 무서울까봐 밑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다리 정말 안전한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건너가고 있을 무렵 나는 반도 가지 못했다.
현지 가이드가 그런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출렁다리를 건너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그래서 I'm okay를 연발하며 혼자 갈 수 있다고 너가 오는 게 더 무섭다고 오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혼자서 겨우 겨우 정신을 붙잡고 건너오니까 아 살았다. 싶었다. 오슬롭 이후 두번째 숨쉬는 것에 안도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삶의 소중함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느낀 만타유판 폭포 후기. 역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몸소 움직여보니 느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지는 여행중이었다.
작가의 말: 그렇지만 두번은 못가는 출렁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