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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13. 2024

코리안 호구 택시 타러 갔다가 새치기 당한 까닭

요거트 아이스크림 뿜뿜 사건 이후 입과 얼굴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쇼핑을 했다. 

오늘도 메트로는 줄이 길었다. 우리나라 같은 무인 키오스크 계산대가 없어 더 시간이 딜레이 됐다. 기념품 욕심 같은 건 없었는데 동생이 병동 선물을 사는 것을 보고 나도 사야지 생각을 하기는 했다. 사람 수가 그렇게 많지 않으므로 여기서 유명한 바나나칩과 아이들에게 줄 망고 말랭이를 샀다. 담다 보니 한 바구니 가득 담게 되고 그 와중에 생필품도 챙겼다. (한국보다 조금 싸서 챙긴 생필품이 페퍼론치노였다.) 더군다나 전날 트래블 월렛 비밀번호를 틀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던터라 긴장 백배.. 바로 오늘 아침 트래블 월렛 고객센터에 문의해서 설정 리셋후 비밀번호를 초기화했다. 환전해간 돈이 남아서 트래블 월렛 카드로 결제 완료. 





그렇게 우리 둘의 쇼핑봉투는 가득 채워져 있었고 들고 다니기 무거울 정도였다. 한국에 가져갈 기념품과 식량들을 담았기 때문이었다. 덥고, 무겁고, 피곤해서 얼른 호텔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 그러나 택시는 안잡히고 누가봐도 외국인인 여자 두 명이 서있으니 오토바이 군단이 엄청 작업을 해댔다. 어디까지 가냐. 처음에는 대꾸도 안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이런 읽씹에는 이미 익숙한지 도가 튼 것 같았다. 우리가 대답하지 않아도 싸게 해줄게 라며 계속 작업을 걸어서 대꾸도 안했다. 그런 오토바이 군단이 1팀, 2팀, 3팀째 지나가고 너무 귀찮게 굴어 우리는 택시를 탈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오토바이 N번째 군단 하는 말. 오늘 금요일이라서 도로 이쪽으로는 못 지나가고 아마 택시 없을걸. 이라고 했다. 





그 말이 정말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택시가 지나가는 걸 구경하기 힘들었다. 택시가 2~3대 정도 지나갔는데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태웠다.  번은 우리 차례가 되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이 많은 아줌마가 오시더니 택시에 타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런 코리안 호구를 불쌍히 여긴 어느 아줌마가 하는 말 너희들은 젊잖아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이 타는 게 룰이야. 라고 말해주었다. 참 친절도 하시구나 필리핀 아줌마. 그걸 지금 말해주면 어떡해? 싶었지만 이 무더운 더위와 무거운 짐, 게다가 피곤함은 덤까지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 우리에게 호객하는 오토바이 라이더 군단들이 있었기에. 너무 짜증났다. 





하도 그러길래 얼마냐 물어보니 80페소라고 했다. 그것도 인당 2명이면 160페소 인데 좁은 오토바이에 내 짐을 싣고, 따로따로 각자 나랑 일면식도 없는 필리핀 남정네의 옆구리를 잡고 가기에는 동생도 나도 내키지 않았다. 또 이 사람들이 정말 호텔로 우리를 데려갈지 어디로 데려갈지도 모르는 거였다. 여기서 우리는 힘없는 여자, 이방인이었기에. 게다가 심지어 숙소에서 택시비는 여기까지 120~140페소 미만이었기에 오토바이를 각각 타고 가는 비용이 더 비쌌다. 그럴거면 뭐하러!? 굳이 오토바이를 탈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동생에게 여기서는 택시가 안올 것 같으니 처음에 왔던 광장, 분수대가 있는 정문으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짐을 안고 들고 정문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정문에 가니 더 많은 택시가 오가는 것이 보였으며 아까 있던 게이트에 비해서는 더 적은 오토바이 라이더가 있었다. 아무래도 정문 게이트는 택시가 더 많이 다니는 것 같았다. 우리 앞의 몇 팀이 타고나서야 우리는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택시 잡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냐며 서로 말했다. 아까 아줌마에게 새치기 당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경로우대인 건 알겠지만 우리 나라랑 다르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숙소에 도착했다.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제시한 가격보다 싸게 먹힌 건 물론이었다. 





 


작가의 말: 택시 타기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니. 한국 택시 만세. 카카오 택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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