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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13. 2024

현지인이 내게 oh my god 외친 이유

그렇게 짧은 성당 답사를 끝내고 아얄라몰로 향했다. 전날 봤던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함이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토핑을 고를 수 있었는데 양이 혜자였던 점. 한국 아이스크림에 비해서 그렇게 싼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맛있어 보여서 오늘에는 꼭 먹으리라 다짐했었다. 토핑도 고르고 맛도 두 가지 정도로 고르니 양이 정말 많았지만 이것 외에 특별히 저녁을 먹을 생각이 없었기에(왜냐하면 우리는 술먹으러 갈거니까. 거기에서 술안주를 먹으면 되겠다 생각했다.) 괜찮겠다 싶었다. 가끔 여행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리스 스타벅스에서도 주문하고 나면 내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동생은 줄여서 sun이 되었다.





나름 필리핀 맛집이었는지 웨이팅이 있었는데 줄서면 직원이 와서 어떤걸 시킬 건지 물어보면서 종이에 내가 고른 토핑을 체크해주는 시스템이다. 어쨌든 찾아가는 서비스를 마다할 필요는 없었으니 한국과 비교해서 나쁘지 않은. 친절하다고 느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나오고 츄릅하는데 너무 달았다. 아마 그동안 식단하느라 익숙해진 내 혀가 그렇게 느낀 이유였으리라 싶었다. 아무튼 여러가지 토핑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너무나 매력적. 오랜만에 맛보는 당분 나라에 저절로 당충전, 텐션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양이 너무 많았기에 한 자리에 앉아서 다 먹기는 불가능. 그래서 그 길로 메트로에 가서 어제 미처 못샀던 기념품을 담기로 했다.





그렇게 내려가는 길, 동생과 전 날 있었던 엘베걸(엘레베이터 걸의 줄임말)의 NO! follow him! 라고 외쳤던 그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영어 못 알아듣고 계산대를 못찾아 메트로까지 가져왔던 옷가지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너를 따라가면 되니? 했던 나에게 NO, 라고 단호하게 외친 엘베걸의 한마디를 동생이 따라하는데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그러다 그만 못참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대방출 해버렸으니 쿡.. 웃으면서 내뿜게 되었다. 그 침튀김들은 내 옆에 걸어가던 한 꼬마와 아빠에게 봉변을 가했으니. 그 아빠는 자기 아들의 얼굴을 닦아주며 " oh my god, my son 이라며 " 연신 오마이갓을 중얼거렸다. 내 얼굴에도 침과 아이스크림이 뒤범벅 튀어 넘나 더러움 그 잡채. 내 자신이 그랬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얼굴 가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차마 하지 못했다. 화장실 찾느라 급한... 그렇지만 지하 1층에 화장실은 찾을 수 없었고 자신을 버리고 간 동생이 나를 쫓아오면서 일단락 되었다.





알고보니 동생의 가방에 물티슈가 있었고 온갖 침과 아이스크림 뒤섞인 내 얼굴과 손바닥을 닦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고. 동생은 왜 자기를 버리고 도망갔냐고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그래서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 더러운 침과 아이스크림을 닦느라 화장실을 찾느라 급급했다며 동생을 버리고 가버린 것에 대해 머쓱타드 했다. 동생은 엘베걸 이후 더 웃긴 에피소드가 있다며, 어쩜 이렇게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지 너무 재밌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내 침을 튀긴 그 아이와 아버지에게 사과하고 싶다. im so sorry. 이렇게 둘은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겨 배꼽 빠지게 웃었음은물론 오늘 하루 분량 에피소드를 뽑아냈다.






작가의 말: 필리핀 메트로에서 만났던 꼬마, 아저씨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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