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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14. 2024

쿠바나 현지 bar 방문, 코리안 드렁커의 귀환

아얄라몰에서 택시타기까지 너무 힘들었지만 적당히 짐을 풀고 옷을 환복하고 다시 택시를 잡으러 나섰다. 아마 벨보이는 속으로 생각했을 것도 같다. ' 아니. 이 친구들 하루에 몇 번을 왔다갔다 하는거야. 참 노느라 부지런한 코리안이군!'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전에 목표 후퇴란 없는 법! 계획을 했으니 피곤해도 가야했다. 그래서 다시 벨보이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호텔로 택시를 불렀다. 벨보이는 우리의 목적지를 기사에게 말해주었고 그렇지만 기사도 우리에게 목적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구글 맵스를 보여주며 쿠바나를 연신 외쳤다. 기사는 알겠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그는 곧 출발했다. 그런데, 필리핀.. 사람들은 네비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이 기사도 한 번 길을 놓쳤다. 바로 직진하면 되는데? 왜 이 구간에서 돌지? 한번만 더 돌면 내려달라고 말하자 동생이랑 이야기하던차 그는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다. 아무튼 성격급한 코리안들이었다.





그렇게 쿠바나에 도착했을 때 어떤 필리핀 남자가 쿠바나에 온걸 환영한다며 영어로 환영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너네 쿠바나에 온 거 맞냐며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다.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 두리번 거리는데 아까 환영인사를 건넸던 남자가 쿠바나는 저 밑에 있다며 알려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현지인들의 bar 쿠바나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약간 bar는 노상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 났고, 그럼에도 약간 세련되었다. 속으로 모기 뜯기기 좋은 밤이군 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하지만 이런 느낌이 한국에는 별로 없는지라 약간 실내 포차와는 다른 느낌. 실내 포차는 비닐막으로 테이블을 싸고 있다면 이건 비닐막이 없는 실외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공원의 테이블을 바앞에 깔아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야외 테이블이 있었고. 비가 오는 날씨가 아니었기에 분위기는 괜찮았다.






여기서 약간 요기도 할 생각이었기에 안주를 2~3개를 시켰다. 시푸드 샐러드와 피자 8인치를 시켰는데 시푸드 샐러드에 소금맛이 낫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한.. 역시 한국 샐러드가 간도 딱맞고 좋다는. 아무튼 여기서는 선택지가 없었기에 그나마 식단하는 나를 위해 동생이 시켜준 것이었다. 여기서 맥주를 먹기는 그래서 칵테일을 각자 주문했는데 알쓰였던 나는 한 잔을 다 먹기도 힘들었지만 어떻게 분위기 때문인지, 세부에서의 마지막 밤이어서 였는지 완뽕했다. 동생은 술고래였기 때문에 3잔인가 4잔을 마셨고, 두번째 기대한 모히토는 기대했던 맛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꽤 많이 남겼다는.. 아깝.. 아무튼 우리 둘다 업되어 있었고, 앞에서 또 공연을 하는지라 은근히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장발 머리 아저씨가 나와서 노래를 했는데 처음에는 발라드, R&B 느낌이라 좋았는데 2회차부터는 갑자기 장르가 락으로 바뀌면서 앉아있기 힘들 지경이 됐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 정도랄까. 그 와중에 만타유판 폭포 코인노래방에서 들었던 어느 음치 청년의 노래와 똑같은 노래가 나왔다며 까르르 웃었다. 이런 날 연애 이야기는 빠질 수 없지. 남편이랑 만났던 이야기. 예전 구남친들의 이야기. 등등을 했다. 아무튼 마시다보니 어느새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어서 일어났다. 그와중에 택시는 또 어떻게 잡나 걱정이 됐는데 동생에게 내가 계산하면서 잡아달라고 말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계산하면서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줄 수 있는지 영어로 말했다. 직원은 약간 님아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어요. 그걸 왜 나한테 해달라는 거?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이건 영어 문제를 떠나서 그 눈빛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이고, 지금 늦어서 이 시간에는 아마 택시가 없을 것 같다. 라는 말로 시작해서 도와달라는 뉘앙스를 물씬 풍겼다. 그랬더니 그는 ok 알겠다며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사건의 결말이 궁금했던 동생은 어떻게 됐냐며 물어봤고, 그 사람이 거절하더라도 나는 다른 직원에게 부탁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택시를 안 불러줄거라는 점에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동생은 멋지다며 엄지척을 날렸고 이미 현지에 사는 사람 같다며 왜 이렇게 적응을 잘하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직원이 잡아준 택시를 거의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탔다. 이렇게 택시가 빨리 잡히는 거였냐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호텔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전날 사두었던 산미구엘이 남아있었다. 이건 어떻게 하지? 하니 술고래 동생이 오늘 다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샤워후 우리는 bottle oppener를 데스크에 요청했고, 지난밤에 보았던 흰색 카라티 청년이 문앞에 서있었다. 나는 전 날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맥주병을 따자마자 bottle oppener를 청년에게 들려 보냈다. 망고를 케익칼로 잘라서 안주 삼아 산미구엘을 마셨는데 더운 나라여서 였을까. 여행의 설렘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먹은 맥주 중에 제일 맛있는 인생맥주다. 나는 동생에게 술고래 라는 별명과 코리안 드렁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동생은 내 주량을 조금씩 늘려서 같이 술을 마시려고 하는 게 분명했지만 좋아하는 동생이니까 눈감고 넘어가주기로 했다. 이렇게 낼 모레 마흔, MZ 동생에게 필리핀에서 술을 배웠다.

  






작가의 말: 인생맥주를 찾는다면 필리핀으로. 알쓰에게도 추천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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