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방법도 다시 배워야 한다고요?
어떻게 걷다니?
이 터무니없는 질문에 다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게 질문이 되냐고?
그냥 걸으면 되지. 지금까지 살면서 잘도 걸었는데.
과연 그럴까?
요즘 공원에 산책을 나가면 주중에도 사람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 가라앉지 않아 재택 근무자와 아이들을 위해 많은 사람이 답답한 실내공간을 피해 밖으로 나온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면 다양하다. 자세히 관찰하면 제대로 걷는 사람이 드물다. 걸음걸이가 나쁘면 걸을수록 몸이 더 망가진다. 건강을 위해 산책을 나와 열심히 걷는 것이 오히려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나이가 들수록 팔자걸음이 많다. 아마 좌식문화에 익숙해서 책상다리로 앉아 골반이 넓어지고 발목도 틀어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일본인은 무릎을 꿇는 습관으로 인해 안짱다리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공원에서 건강을 위해 일부러 걸으러 나왔는데 잘못 걷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걷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열심히만 걸었다. 엉덩이는 뒤로 빼고 목은 앞으로 쑥 빼고 걸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걷는 줄도 몰랐다. 아내가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나의 걷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아내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고치라고 했다. 그때는
걷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해?
몸에 아무 이상도 없는데 그냥 걸으면 되지’ 하고는 내 고집대로 걸었다. 어느 날, 아내의 조언을 무시한 대가를 결국 치렀다.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대퇴부 통증이 와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정형외과에 가서 진찰을 받는 과정에서 '걷는 테스트'를 하였다. 걷는 자세가 잘못되어서 한쪽으로만 체중이 실려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가서 통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나의 발 모양을 파라핀으로 떠서 만든 아주 '비싼 신발'을 예약하고 집으로 왔다.
며칠 후 집으로 제작된 신발이 택배로 왔다.
나의 몸을 고쳐줄 귀한 장비였다. 열심히 그 신발만 줄곧 신었다. 그런데 발이 오히려 불편하고 걷는 동작이 영 어색하였다. 의사 말로는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불편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장비도 나에게는 맞지 않고 걷는 방법을 바꾸어야겠구나’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산책하는 도중에 아내가 최근에 배운 '걷는 방법'에 관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었다.
발 뒤꿈치를 먼저 땅에 대고 걸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뭔가 느낌이 다를 거라고 한다. 내가 평소에 발바닥을 땅에 ‘철퍼덕’ 하면서 걷는다고 한다.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그래서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팠나?’ 나를 돌이켜본다.
시키는 대로 하니 아랫배와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흠, 신기한데?
한 발을 내디딜 때 신발 앞 코는 하늘로 하면서 발꿈치를 먼저 지면에 닿는다. 그 순간 허벅지와 대둔근의 움직임과 땅에 닿을 때 발목의 탄력을 느낄 수 있다. 배에 힘이 들어가고 척추 기립근이 탱탱한 느낌이 든다. 가슴도 쫙 펴진다. 배와 허리에 힘이 들어가니 자연히 가슴이 펴진다. 가슴은 의식적으로 펴려고 하면 어깨까지 힘이 들어간다. 가슴은 가능한 자연스럽게 펴고 나면, 목도 들리면서 시선을 앞에 두고 힘차게 걸을 수 있다. 발뒤꿈치를 지면에 먼저 닿도록 집중하니 자세가 달라진다. 그 ‘비싼 신발’로도 안 되는 것이 몸 전체가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신기했다.
그저께 “만보 걷기 그 후 3년”이란 제목의 글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저장한 후,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검색하는 중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라는 제목을 보고 ‘뭐지, 이건? 낚으려고 하는가?’ 소제목을 보았다.
매일 1만 보를 걸어도 질병에 걸린다
‘뭐라고?’ 나는 지난 3년간 그토록 열심히 1만 보 걷기를 했는데 병에 걸린다고? 다음 소제목을 계속 읽는다. “운동으로 수명을 단축하는 사람들, 1일 1만 보를 실천했더니 질병에 걸렸다. 아무리 걸어도 건강해지지 않는다. 걸으면 걸을수록 건강해진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고 걷기만으로는 건강해질 수 없다.” 갈수록 태산이다.
저자는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소의 부원장을 맡고 있는 의사 아오야기 유키토시였다. 전자책이 있어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프롤로그에 “여러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운동,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의미가 없는 운동, 이제 그만 두면 어떨까요?”로 시작된다. 일본 군마 현 나카노조 마을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나카노조 연구’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임상결과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다. 3~4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속는 셈 치고 읽었다.
그 주장은 다음과 같다.
산책과 같이 너무 느슨한 운동과 철인 3종과 같이 너무 과한 운동 모두 몸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견 당연한 얘기다. 우리 주위에도 그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동네 마실 나가듯이 산책하는 것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물론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저자는 다음 사례를 제시하였다. “65세 여성 C는 건강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두 번 산책을 가서 평균 8,000보를 걷는다. 그러나 그녀는 당뇨병이 걸렸다”. 운동의 질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만보를 채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많이 걷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읽고 나니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납득이 가고 신뢰가 간다.
너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운동도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
이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방치한 몸을 일시에 몸짱을 만들고 보상효과를 노리고 오버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래전 코미디언이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트레드밀에서 과하게 운동하다가 심장마비가 와서 즉사했다는 뉴스도 기억난다. 나이에 맞지 않게 고강도 근력강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근섬유의 복구가 늦어져 통증과 함께 염증반응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서울대 재활의학과 주임교수인 정선근은 『백 년 허리』에서 자신의 무리한 운동 경험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진료시간에 쫓겨 주 2회 체육관에 갈 때마다 스쿼트를 5년간 했다. 120킬로그램 역기를 매고 딥 스쿼트 동작을 10회씩 5세트 정도 한다. (중략) 주위의 동네 총각들도 부러운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았다. 그런데...종아리가 땅기고 다리가 쩔뚝거리고 뭔가 이상해서 허리 MRI를 찍어 보니 허리 디스크가 찌그러지면서 수핵이 탈출되어 있었다. 허리 강화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재활의학이 전공인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중에게 올바른 허리 강화 운동을 소개하기 위해 책을 출판했다고 강조했다.
나도 헬스클럽에서 옆에 근력운동을 하는 근육맨을 보면 경쟁심이 발동하여 따라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면 아오야기 유키토시는 어떤 방법을 제안했나? ‘중강도 수준'으로 빨리 걷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 해법인 ‘빨리 걷기’를 소개한다. 사실 이 해법은 내가 걷는 패턴과 거의 유사하다. ‘빨리 걷기’의 중강도 수준이란 ‘노래를 부를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걷기’가 기준이 된다. 나의 기준은
'약간 숨을 헐떡이면서 땀이 나는 정도'의 가벼운 산행을 할 때다.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내가 얘기하는 가벼운 산행이라 함은 해발 약 150m~200m 높이의 산이다. 해발 70미터인 집에서 출발하여 약 150미터에서 200미터 높이를 오르고 내려오는 정도이다. 이 정도의 가벼운 산행도 일명 ‘깔딱 고개’가 두세 군데 있다. ‘노래는 부를 수 없지만 옆사람과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 평균 8,000보를 걸으면서 20분 정도는 중강도 수준으로 걷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나의 경우 8,000보를 산행과 병행하여 걸으면 약 60~70분 정도 소요된다. 산행 중의 ‘깔딱 고개’가 중강도 수준의 걷기가 된다. 집에서 나와서 시속 4.5~5km로 15분 정도 걸으면 산으로 오르는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25분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 구간이 중강도 수준의 걷기다. 산에서 내려오면 호수가 있어 다시 4.5~6km 속도 구간을 오가며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반복하면서 걷는다. 그리고는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약 9,000보 이상 된다. 동네 슈퍼에 가는 등 생활 속의 걷기를 합하면 10,000보를 훌쩍 넘긴다. 사실 어느 의학논문에 의하면 "8,000~10,000보"를 넘으면 운동효과는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빨리 걷기’는 생활 속에서도 가능하다. 전철역까지 버스를 타지 않고 빨리 걸어서 가던지, 아니면 직장이 위치한 정류장 혹은 역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걷는 방법도 있다. 같은 속도로만 걷지 말고 중간에 꼭 '다음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숨이 차서 노래 부르기 힘들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
그래야 효과가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인터벌 운동’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1년간 내가 하는 걷기 방법과 거의 유사하다. 나는 가벼운 산행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았으나 이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다른 좋은 방법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질문을 드리자면,
"걷는 방법을 배워야 하냐고요?"
예, 물론 그것도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