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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스트레칭 루틴 15분

습관을 바꾸면 당신의 삶이 바뀐다.

by 엄재균

만보 걷기를 시작하기 전이다,


매년 갈수록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먹는 대로 배에 지방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복부에 쌓인 지방은 당뇨병, 심장병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보기도 싫었다.

내가 봐도 아니올시다.


새해는 ‘뱃살을 기필코 빼야지’ 하고 의지를 불태우며 결심을 했다. 식사시간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도 했다.


크게 작심하면 당연히 삼일만 간다.


맞다.

인간의 의지는 그렇게 믿을 게 못된다.

더구나 인간의 뇌는 합리화를 하는 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명수꾼이다.


그런 의지에 불타는 시간을 보내면서 며칠간 식이요법을 했다. 그 와중에 오랜 친구 들과의 저녁 모임이 있었다. 맛있는 대방어가 테이블 위에 놓였을 때 이미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방어 큰 조각을 한 입에 넣고 씹는 순간, 나의 뇌에서는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마구 방출되었다. 다음 순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무장해제를 했다.

횟감에는 술이 함께 곁들어야 제 맛이라는 말과 함께. 소맥까지 마셔 댔다.


입가심을 한다고 2차로 맥주를 마시면서 감칠맛 나는 감자튀김과 닭다리를 게걸스럽게 먹었다. 이번에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베타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아주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뇌 속에서는 ‘도파민과 베타 엔도르핀’이 한꺼번에 왕창 방출되면서 완전히 정신줄을 놓았다.


다음 날 일어나서야 다이어트 노력이 허사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늦었다.

몇 번을 그런 식으로 뇌 호르몬 작동으로 인해 노예가 되어 버리고 나면, 이미 마음속으로는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포기가 아니다.

나의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영악스럽게 합리화를 할 시간이다.


‘인생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즐기는 거지 뭐’,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말이다.

이런 합리화 과정이 없으면 자학이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 온다. ‘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고. 그러다 느닷없이 같이 자리한 친구가 웬수가 되고, 그놈의 대방어가 걸림돌이라고 원망까지 한다.


과식하는 그 순간 알아차려야 하는데,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정신줄을 놓았다는 의미는 그 순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현재 상태에 대해 알고 있음’이라는 의식이 없이 그 상황에 내가 매몰되었던 것이다. ‘알아 차림’의 순간이 없었다. 알아차리려면 매몰되는 의식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메타인지 능력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떠 오른다.

빠져나와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를 객관화하면서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 매몰되는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경제학에서도 ‘매몰비용’에 빠지면 빈털터리가 되기 십상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매몰된 개미 투자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들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일상을 항상 의식을 깨우면서 살 수 없다.

왜냐하면 뇌가 필요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효율적인 운용을 최대의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은 모두 습관의 영역으로 보낸다. 선택에 따른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잡다한 일들은 판단이 아니라 자동화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먼저 할지 양치질을 할지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습관대로 한다. 걷는 것, 앉는 것, 먹는 것 등 일상의 일들이 다 그렇게 한다.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일상의 45% 이상은 습관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뇌과학자는 주장한다.


음식에 대한 탐닉도 그 상황이 되면 습관적으로 이성은 도망가고 오래된 나쁜 습관이 자리를 잡아 나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이 나를 옭아맨다.

또 다른 나쁜 습관이 있다.


식사를 할 때 빨리 먹는 것이 습관이다.

예전에 식사할 때 꼭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아마 회사를 다니며 아침 출근시간에 쫓기면서 식사시간에 신문과 아침 방송까지 함께 보고 듣는 ‘멀티태스킹’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 어떻게 먹었는 지도 잘 모른다.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다. 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어도 그 습관은 그대로 이어졌다. 음식에 집중하여 즐길 수도 없고 포만감이 오는지도 모른다.

먹고 난 다음에 과식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런 나쁜 습관이 나를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지탱해오고 있었다. 아내가 가끔 식사를 할 때 천천히 먹으라고 얘기를 한다. 속도를 조절하지만 그 때 뿐이다. 차츰 배가 임신부처럼 불러오면서 위기의식이 생겼다. 어느 날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고 거울을 보는데 웬 ‘배불뚝이 늙은 중년’이 앞에 서 있었다. 깜짝 놀랐다.


아니 저기 서 있는 저 인간은 누구..?


일단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유튜브를 보고 난 후,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 식사 습관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쁜 습관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Photo by Dominik Wycisło on Unsplash


<남자의 뱃살>의 저자인 유태우 교수가 유튜브에서 강의한 내용이 있다. 그는 현대의 질병 원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비만이라고 한다. “비만의 원인이 많이 먹는 것, 즉 폭식이며 폭식의 원인이 생각 없이 빨리 먹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듣고 나의 습관을 돌아보았다.

바로 내가 하는 습관이었다.


빨리 먹으면 뇌가 포만감을 느끼지 전에 벌써 위장에는 음식이 가득 들어가고 난 다음이다. 자극적인 음식일수록 빨리 먹는다는 것이다. 결론은 “음식을 천천히 씹으라는 것”이다. 천천히 먹기를 시작했다.


아내가 먼저 밥그릇을 원래의 반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것으로 바꾸어 주었다. 밥그릇이 작으니 자연히 숟가락으로 작게 떠서 먹고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다. 식사 시간이 약 20분으로 늘어나면서 식사량도 많이 줄었다. 거의 반으로 줄었다.


많은 심리학자와 뇌의학자들은 인간의 의지를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오히려 환경과 상황을 바꾸어 습관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빨리 먹을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바꾸었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


나쁜 습관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바꾸고 그 순간에 매몰되지 않고 ‘알아 차림’을 통해 작은 습관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많이 먹으려고 하는 순간 혹은 자세를 삐뚤게 하여 걷는 그 순간에 알아차려야 한다. 최근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서 ‘알아 차림’의 작은 습관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나는 왜 성공적으로 변화하지 못할까?’ 라는 생각에 회의와 좌절감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연히 새해를 앞둔 어느 날, 팔 굽혀 펴기 한 번이라는 작은 도전을 통해 새로운 변화 전략을 알게 되었다.”스티븐 기즈가 자신의 저서 <습관의 재발견>에서 고백한 내용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도 같은 주장을 한다. 나도 일상의 아침에 새로운 루틴으로 작은 변화를 찾았다.


아침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의 카펫 위에 담요를 깔아 모닝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만보 걷기를 계속하면서 이 작은 스트레칭 습관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자신이 있었다. 처음에 걷기를 시작한 것도 만보를 목표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냥 매일 걷다가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강도를 높이면서 어느 날 만보를 걷게 되었다.


한 번 성공한 맛을 알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긍정적이었다.

유튜브에 다양한 종류의 아침 스트레칭 방법이 나온다. 그중에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 팔 굽혀 펴기만 했다. 조금씩 횟수를 늘리다 보니 어느덧 80회 많으면 100회까지 했다.


약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거울을 보면서 ‘배불뚝이’ 모습에 변화가 생겼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달라졌다. 대흉근과 삼각근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깨도 약간 벌어졌다. 그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눈으로 확인이 되니 매일 계속할 수 있는 동기가 생겼다. 팔 굽혀 펴기에다 근력운동을 조금 더해 일관성을 가지고 시도했다.


여름에는 요가 매트에서, 요즘같이 아침에 서늘한 기운에서는 담요를 깔고 운동한다. 먼저 누워서 ‘고관절 스트레칭’을 한 후, 힙 브릿지, 크런치, 레그레이즈를 한다. 다시 엎드려 덩키 킥(이름도 처음 알았다), 플랭크나 푸시업으로 강도를 높인 후, 마무리 스트레칭으로 끝을 맺는다. 푸시업은 가능한 천천히 해야 효과가 있다. 모든 동작을 호흡에 맞추어 천천히 해야 한다. 플랭크와 푸시업은 서로 홀짝 날을 번갈아 선택적으로 한다. 근력강화 운동은 하루 쉬었다 하는 것이 좋다는 유튜브 트레이너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가끔 기분 나면 런지까지 한다.


약 15분 걸린다.

아주 작은 습관의 시작이었다.




돌이켜 보니 만보 걷기를 하면서 글쓰기도 시작했다. 긍정의 고리가 연결되었다.

거창하게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 브런치 플랫폼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을 신청했다. 얼마 후 심사를 거쳐 ‘브런치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글을 계속 썼다. 예전에 써 놓았던 글도 다시 수정하여 올렸다. 만약 브런치가 없었다면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브런치 덕분에 독자들의 피드백도 받으면서 매주 즐거운 마음으로 쓸 수 있어 좋다. 더구나 지난번에 발행한 “만보 걷기 그 후 3년” 글은 1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을 놀랐고 기뻤다. 글을 올린 다음 날, 아무 생각 없이 조회수를 보니 2만 회 이상이 넘었다. 무슨 조화인지 알 수 없었다. 하여간 글쓰기 동기부여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오래전, 만보 걷기의 습관도 두통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당시, 1개월 반이 지날 즈음에 그 효과를 체험했다. 몸으로 확인한 다음부터는 계속 걷는다. 걷고 나서 샤워까지 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아침에는 스트레칭과 함께 근력운동을 하고, 퇴근 후 늦은 오후에 걷기를 한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나 휴일에는 오전에 걸을 때도 있지만 대중없다. 다만 일주일에 최소한 5회 이상은 꾸준히 한다. 지금은 아침 스트레칭 루틴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나간다.


사실 이 나이에 복근에 ‘왕’ 자를 그리고 싶은 욕심은 없다. 똥배가 나와 지방이 켜켜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비만으로 인해 대사증후군에 걸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걷기로 시작한 나의 작은 습관이 긍정의 고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작은 습관이 나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가 지루하게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이 시간, 책상에 앉아 글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내일도 변함없이 아침에 스트레칭하고 걷고, 글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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