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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01. 2021

나의 일을 위대하게 만드는 의식

- 리츄얼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건, ‘리츄얼'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일본의 야구선수인 이치로가 우선 떠올랐습니다. 이치로는 타석에 들어서면 오른손으로 배트를 들고 그 배트를 투수 쪽으로 겨누면서 왼손을 오른쪽 어깨로 가져가 유니폼을 슬쩍 당겨 올립니다. 그리고는 오른손은 배트를 둥글게 회전시키고 오른발로 땅을 다진 다음에 배트를 왼쪽 어깨에 지고 몸을 뒤로 한번 젖혔다가 공을 칠 태세를 하지요. 늘 한결같습니다. 아마도 그는 수십수만 번의 연습 끝에 자신도 모르게 이 리츄얼을 몸에 장착시켰겠지요. 


리츄얼이 있는 사람들은 존경스럽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차분히 연필을 깎는 작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정성껏 테이핑을 하는 선수 모두 그렇습니다. 그들의 리츄얼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행하는 여러 가지 행위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 보입니다. 사실 냉소적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이 무의미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잿빛으로 늘어집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각종 구기 종목의 경기도 공을 들고 노는 놀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 행위에 자기 자신의 진지함을 담음으로써 그것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공차는 놀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일에 진지한 사람은 섬세하고 진중하며 집중합니다. 그 모습이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그런 진지함의 끝에 남과 다른 성취가 묻어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 그것은 분명 자신이 언젠가 선택한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그 일에 숨 막혀하고 짜증내고 탈출을 꿈꾸기 전에 먼저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의미 있게 대했는지 반성해볼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이끌 ‘리츄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에 임하는 나를 진지하게 만드는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관문을 지나 일에 빠져들어보는 것입니다. 세상에 사소한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면,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 됩니다. 그 성스러운 의식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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