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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r 18. 2020

최고의 인맥 관리

-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부끄럽지만 '인맥'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잠깐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약간 게으르고 내성적인 면이 많아서 주변에 새로운 사람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근데 주변에서는 잘 되려면 주변에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겁을 줬지요. 그래서일까 약간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즐겁기도 하겠지만 그 만남 속에서 아이디어가 피어오르고,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줄 것 같은 공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거든요. 그 덕에 잘 먹고 잘 사는 아름다운 광경을 꿈꿨던 겁니다. 


아마 예상했겠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전혀 무소용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전화라도 하면 일단 전화가 오래 이어지기 힘들었습니다. 만나기는 더더욱 어려웠고요. 첨에는 각박한 세상을 탓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부족한 제 화술과 게으름을 탓했고요. 그러다 제 자신부터 반성하게 됐지요. 나 역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살지 않았는가...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은 사람, 돈이 되는 사람과 돈이 되지 않는 사람... 이런 식으로 무의식적으로 나눠 놓지 않았나, 반성했지요. 그러고 나니 씁쓸했습니다. '나는 지금 중요하지 않은 사람, 돈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 


출판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옮긴 지도 4년이 조금 넘었는데, 간혹 출판사에서 일할 때 알게 됐던 분들이 연락해올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꽤 친했던 기자님, 필자분들의 이름이 휴대폰에 뜨며 전화가 걸려오면 이 분들이 나를 생각해 연락을 주시나 착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한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출판을 부탁하거나 필자의 연락처를 물어오는 전화인 경우가 많았죠. 요즘은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제가 먼저 제 근황을 말씀드려서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드리고는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도와드리려 하지요. 그러면서 느꼈어요. '결국 필요해야 연결이 되는구나.' 서글프지만 사람들은 필요할 때 만납니다. 냉정하게 말해 필요한 것이 없는 사람과는 점점 멀어집니다. 


요즘은 굳이 '인맥'을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인맥 관리'라는 말도 이제는 쓰지 않습니다. '인맥 관리라는 이름으로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그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관리'한다니요. 진짜 관리해야 할 건 제 자신이었지요. 그저 제가 '필요한 사람'이 되면 주변에 사람들로 흥성거릴 테지요. 그러려고 애쓸 뿐입니다.


그러다 제가 보고 싶은 사람들, 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오래전 추억의 그리운 사람들을 간혹 만나 정담을 나누는 것, 그게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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