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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Nov 23. 2017

불면증

갱년기의 호르몬 변화 때문 아닐까?


평가회의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다. 회의 장소는 양재역 부근이고 시간은 화요일 아침 9시반이다. 출근 시간을 전후하여 강북에서 강남으로 한강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럽다. 확실하게 시간을 지키려면 지하철을 타야 하나 출근시간대의 지하철 4호선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다.

“이 중에 안 힘든 사람 있습니까?”

지하철 이용여부를 망설이다가 위의 광고 카피가 생각나서 운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양재동까지 겨우 14키로 인데 한시간 반의 여유를 갖고 돈암동을 출발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한시간 이상 걸려 도착했다.

이런 아침이 싫다. 알람소리에 기상하여 시간에 쫒기듯 아침 일상을 해결하고 무려 한시간 이상 도심을 운전해야 하는 상황...

9시반 회의는 무려 50분이나 지연되어 10시 20분에서야 시작되었다. 성원을 이뤄야 하는데 평가위원 한 분이 지각을 하셨다. 모두가 기다리는 동안 간사가 어디쯤 오셨냐고 계속 전화를 해댄다. 상상이 간다. 계속 독촉을 받으며 오고 있을 모습이... 황급히 회의장에 들어선 평가위원은 잘 아는 대학 3년 선배 교수였다. 미국 같은 학교에 같은 시기에 함께 교환교수로 있었다. 선배 때문에 늦게 시작한 회의는 늦게 끝났다. 평가를 마치고 늦은 점심식사 장소에서 선배 옆자리에 앉았다.

"형, 얼굴이 왜 이리 망가졌어. 그리고 왜 늦은 거야?"

얼굴이 망가진 것은 자다가 바로 나와서 그런 것이다. 이즈음 자주 불면증에 시달린단다. 어제도 잠이 안와서 약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간신히 잤단다. 아침에 회의가 있다는 것을 형수한테 얘기하고 잤으면 이런 실수 안하는데 깜박 했단다. 간사의 전화에 깨서 너무 늦었으니 안 가겠다 했는데, 성원 문제 때문에 안된다하여 정신없이 나왔단다.

"이젠 이런 회의도 나오지 말아야겠다. 이런 실수나 하고..." 선배의 푸념이 내 가슴에 꽂힌다. 나도 오늘 아침이 정말 싫었다.

화요일 아침 예약이 10시다. 강변도로를 타고 올림픽대교를 건너 올림픽공원 앞의 치과에 간신히 시간을 맞춰 도착했다. 평상시 보다 일찍 일어난 것도 불편한데 약속시간에 늦을까 조바심하며 운전하는 것은 정말 싫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토요일 오후4시까지 진료하고 일요일과 월요일을 쉬는 치과  원장선생님 얼굴이 정상이 아니다. 원장선생님은 내 친구다.

"어제 그제 이틀이나 쉬었구만, 얼굴이 왜 그러냐?"

어제 잠이 안와 계속 뒤척이다가 새벽 두시쯤에 일어나 약 먹고 잤단다. 아직 약기운이 남아서 그렇단다. 진한 커피 마시고 시간이 좀 지나야 괜찮아진단다.

주변에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수많은 신경 안정제와 수면제가 있건만...
불면증을 겪어 보지 않은 나는 잘 모른다.
불면증이 얼마나 힘든지를...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 중의 하나가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불면증은 일종의 고문인 셈이다.

정신병의 1/3은 불면증을 동반한단다. 불면증이 정신병을 일으키는지 정신병의 증상으로 불면증이 나오는 것인지...

불면의 현상은 모든 동물에게 있다고 한다. 생존의 불안을 느낄 때 잠들지 못하는 동물의 속성이 아직 인간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도 한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교적 나이가 든 사람들이다. 청소년들은 항상 잠이 모자란다. 지난 젊은 시절을 돌아보아도 주변에 불면을 호소하는 젊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갱년기의 호르몬 변화가 막연한 불안감을 일으키고, 근거를 알 수 없는 불안에 잠들지 못하는 것 아닐까?

누가 잠이 안와 고생했다고 하면, "잠이 안오면 일어나서 공부를 하지. 그러면 금새 졸릴텐데..."하곤 농담을 했다. 난 불면을 모르고 살았다.

지금도 나는 잘 잔다. 벼개에 머리 대면 이삼분 내에 코를 골며 잠이 든다. 잠이 와야 눕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정을 넘겨야 잠이 온다. 이번 학기는 오전 강의도 없어 기상알람을 하지 않는다.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잔다. 특별히 피곤한 일이 없었다면 평균 일곱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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