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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30. 2020

전생에 나는 철새였다.

이동할 때 행복과 평온함을 느낀다.



나는 한 곳에 가만있지 못하는 철새를 닮았다. 철새들은 일 년에 두 번 엄청난 거리를 이동한다.


오직 이동할 때만 행복과 평온함을 느낀다.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벽에 멀리 운전하고 떠나는 것을 좋아하고 차 없는 밤에 고속도로 운전하는 것도 즐긴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차창에 흘려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좁은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에 쭈그려 앉아 10시간 이상 이동하는 것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전생에 나는 철새였다.


학기가 끝나기 무섭게 제주도에 날아왔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하루 만에 성적 입력함으로써 코로나 두 번째 학기가 끝났다. 예전 같으면 남반구나 따뜻한 남쪽 나라로 배낭 메고 떠났겠지만... 지금은 가장 멀리 가봐야 제주도다.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을 가  비행기를 탔다. 공항이 확실히 여유롭다. 아니 여유롭다 못해 한산하다. 이즈음 비행기를 탈 때 항상 날개 뒤편 꼬리 쪽 창가 자리에 앉는다. 날개가 시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북서쪽으로 날아 오른 비행기는 천천히 왼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인천공항이 내려다 보이고 인천 LNG 인수기지를 지나 한반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군산 앞바다 멀리 십이동파도( https://brunch.co.kr/@jkyoon/88 )가 눈에 들어온다. 나 만의 추억이 생각나 혼자 미소 짓는다.  목포 부근 복잡한 해안선이 눈에 들어오더니 추자도가 보인다. 벌써 승무원 착륙 준비하란 안내방송이 나온다. 제주도 서쪽으로 돌아 하강하는 비행기에서 한라산 정상이 바로 눈 앞이다. 철새들의 눈으로 제주까지 한 시간 내내 한반도를 내려다봤다.


렌터카 회사 셔틀을 타고 오토하우스로 이동했다. 오토하우스 세 번째 방문이라 이젠 익숙하다. 셔틀을 타면서 교통카드 찍듯이 QR 코드를 찍자 금세 카카오톡으로 준비된 내 차의 주차위치를 알려 준다. 사무실에 갈 필요 없이 바로 차를 끌고 나오면 출구에서 신분확인만으로 모든 것이 끝이다. 정말 편하고 좋은 세상이다. 쿠바에서 렌트한 경험에 비추면...( https://brunch.co.kr/@jkyoon/288 )


기아차 모닝 어반은 난생처음이다. 아들 우석이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앞모습 치장이 너무 복잡하다. 경차에 무슨 장식을 이렇게 많이 넣었나 싶다. 1100 고지 휴게소를 목적지로 입력하고 제주시를 벗어났다. 핸들이 아주 쫀득쫀득하니 느낌이 좋다. 경차답게 저속에서의 가속감은 많이 떨어진다. 아마도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변속기 세팅때문이겠지 했다. 액셀을 좀 과격하게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5000 rpm을 쉽게 넘어간다. 엔진 소리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아주 경쾌한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혼자 신나게 달리며 마루야마 겐지( https://brunch.co.kr/@jkyoon/265 )를 떠올렸다.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달리는 자만이 흘려지는 인생이 아니라 흘러가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 자신은 틈만 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인생을 흘리느라...

추자도


식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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