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되면 배낭 메고 시원한 나라(캄챠카, 바이칼, 노르웨이, 스위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벌써 세 번째 맞는 여름방학이다.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고 국제선 항공편도 많이 증편되었다고 하지만 탑승 전 코로나 검사의 번거로움과 외국에서 코로나 감염에 의한 격리가 겁나서 아직 배낭여행을 떠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날은 점점 따뜻하다 못해 무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올 7월과 8월을 어찌 보내야 잘 살았다는 확신이 들까?
지난 5월 서귀포에 입주하는 아들( https://brunch.co.kr/@jkyoon/412 ) 을 도와주러 김포공항에 갔을 때였다. 국내선 청사 1번 출구 부근 흡연실을 찾아들어갔다. 환풍기로 배연하는 칙칙한 흡연실이다. 이런 공간은 잠깐만 머물러도 옷에 아니 몸에 담배 냄새가 밴다. 그래서 이런 흡연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모든 벽과 천장이 담배연기에 찌들어 누렇고, 꽁초 가득한 무지막지하게 큰 재떨이와 바닥에는 가래침들이 보이는, 결코 머물고 싶지 않은 동굴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들어선 것을...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드는데 출입문에 가려져 있던 입구 벽면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4박 5일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높은 성공률!
흡연하기가 점점 어렵다. 우선 흡연하는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담배를 많이 피운 날 저녁이 되면 몸이 더 피곤하다. 힘든 몸으로 자기 전 마지막 담배를 힘들게 피운다. 사람들이 환갑이나 정년퇴직을 전후하여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노후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나이 되면 몸이 힘들어하는 것을 확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담배를 필 장소를 찾기가 점점 어렵다. 병원이나 학교를 비롯한 공공장소는 이미 전체가 금연구역이고, 심지어 아파트 단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하자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한다. 그리고 함께 골프 칠 사람을 찾는 조인 게시판이나 밴드에도 '노담'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처음에는 뭔가 했다. 그리고 내 장래 희망이 우아한 어르신( https://brunch.co.kr/@jkyoon/318 )인데 담배는 아니란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 특히 가래와 냄새가 아니다. 포스터를 보며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4박 5일 동안 일산의 국립암센터에 입원하여 폐 CT를 포함한 건강검진과 심리상담, 운동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심지어 무료란다. 국립암센터에서 이루어지고 무료인 것을 보면 국가가 세금으로 운영한다고 보인다. 국립이란 단어에 왠지 신뢰가 간다. 그래 바로 이거다. 학생들의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한 캠프는 많지만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캠프는 보기 어렵다. 그리고 자유를 제약받기 때문에 난 캠프 같은 프로그램 참여를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그렇지만 이 캠프는 목적이 확실하고 뚜렷하다. 흡연실을 나와 바로 전화했다. 그리고 접수했다. 7월의 마지막 주에 참가하겠다고...
흡연은 중독이다. 여태껏 살면서 여러 번 담배를 끊었던 기억이 있다. 20대 후반에는 B형 간염 때문에, 7년 전에는 빡센 35박 남미 여행( https://brunch.co.kr/@jkyoon/3 )을 떠나며, 3년 전에는 금연하는 좋은 약이 나왔다 하여... 그렇지만 결국 다시 담배를 피웠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좋은 기분을 배가시키기 위해 담배를 찾는다. 커피, 맥주, 와인 등을 마실 때 담배를 꼭 찾는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니코틴과 환상의 궁합이라고 생각한다. 오지로 배낭여행을 떠나 가슴이 저린 경치를 마주하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나면 알코올이 자연스럽게 땡기고 한 모금 넘긴 술은 꼭 담배를 찾는다.
습관적인 흡연은 니코틴 중독 때문이다. 부족해진 니코틴은 담배를 찾는다.
금연캠프는 니코틴 중독을 치료한다. 중독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