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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Feb 16. 2022

캐나다에서 일자리 구하는 방법

알바부터 오피스 잡까지


나는 원래 캐나다에서 알바를 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 일하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이었다면 나는 그 시간에 차라리 영어 '공부'를 더 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돈은 한국 가서 벌면 되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일 하면서 오히려 영어가 는다고, 책에 안 나오는 진짜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도 일을 해 보기로 했다.


우선 제일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지원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빅토리아에 한국인 수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인 오너가 운영하는 커피숍, 레스토랑, 편의점 등이 꽤 있었다. 캐나다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영어 실력도 부족한 나로서는 한국인 오너의 가게를 공략하는 게 최선이었다.


(사실 한두 번 알바 경력이 쌓이고는 로컬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베이커리 등에도 지원한 적이 있는데, 내 영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자신 없어 보이는 태도가 문제였는지, 한 번도 뽑힌 적이 없다.)


캐나다에서 내가 한 알바 목록

- 커피숍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만들기

- 샐러드 바에서 각종 야채 준비 및 리필하기

- 레스토랑에서 서빙

- 호텔 프런트 데스트 업무


이중 내가 가장 오래 했던 일은 레스토랑 서빙이었다. 내 첫 포스팅 <언니 나이가 뭐 어때서?> 밝혔듯 나는 오래전 꿈이 승무원이었고, 그 꿈을 가지게 된 데는 고객 응대에 자신이 있다는 점도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일할 당시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었으므로 풀타임으로 근무했는데, 그러다 보니 단골 고객의 이름, 자주 시키는 음식, 하는 일 등을 기억하는 건 물론이고, 주말 계획, 휴가 일정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사모님은 "쟤는 참 너스레도 좋아"하시며 웃으셨지만 사실은 나의 그런 붙임성 있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고, 어느 날은 "J야, 너 여기 매니저 해라" 하시며 비공식적인 승진을 시켜 주셨다.


그래서 일 하면서 영어는 늘었냐고?
나는 개인적으로 알바 경험이 내 영어실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어서라기보다 학원이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진짜 생활영어를 접하면서 영어를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리 안내하기, 주문받기, 계산하기 등의 업무에 꼭 필요한 상황 외에도 최대한 말할 기회를 많이 만들려는 나의 노력도 한몫했다고 본다.
뭐든 할수록 는다.


사실 당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이미 주임급의 사원인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20 중반에 이곳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데도, 그게 이상하게 전혀 부끄럽거나 속상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직장 다녔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했고, 출근길이 매일같이 즐거웠다.




그러다 어느 날 다운타운에 나갔다가 우연히 전에 커피숍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 M을 만났다. M이 나를 유독 반가워하며,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묻더니, 자기가 지금 영어학원에서 학생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데 곧 그만 둘 예정이라며, 나보고 관심 있으면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였다.


오! 그럼 나야 너무 고맙지!


나는 마침 일을 구하고 있었고, 학원에서 일하게 된다면 캐나다에서의 첫 오피스 잡이 될 거란 생각에 들떠서 바로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렇게 나는 캐나다에서의 첫 오피스 잡을 구했다.


인맥관리는 세계 어딜 가나 중요한가 보다. 그때 M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나중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캐나다에서도 많은 인연을 만들고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내 책상 - 학생 한 명이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서 급하게 얼굴을 가렸다


일은 내 적성과 꼭 맞아 재미있었다. 나는 오피스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으로서 한국 학생 등록 및 상담을 주로 맡았는데, 모든 학생들이 다 친근하게 대해 줬지만, 특히 몇몇 한국 동생들은 언니, 누나 하며 살갑게 다가와줬다.


"언니, 어떻게 하면 언니처럼 영어 잘할 수 있어요?"

"누나, 저 어제도 또 술 잔뜩 마시고 새벽에 잤어요. 그래도 학원 안 빠지고 나왔어요. 잘했죠?"

"언니, 저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ㅠㅠ"

"누나, 저 여자 친구 생겼어요. 누나한테도 빨리 소개해주고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당시 그 친구들보다 고작 대여섯 살 정도 많은 거였는데, 그 아이들에게 나는 (영어도 되게 잘하는) 꽤나 어른 같은 모습으로 비쳤고, 친동생이 없는 나는 그렇게 조잘거리며 다가오는 아이들이 동생 같고 너무 좋았다.


한 학생이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고 해서 어디선가 공수해 온 한복을 입고. (아이들의 초상권을 위해 얼굴은 blur 처리를 했다)



얘들아, 잘 지내니? 덕분에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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