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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y 29. 2023

"언니는 염색 안 해?"


먼저 퀴즈 하나 풀어 보실래요?


Q. 아래의 대화를 읽고 다음에 이어질 지민의 대답으로 적당한 것을 고르시오.

지민: 너는 염색 안 해?
소연: 응, 나는 한 번도 안 해봤어.
지민: __________________

A. 맨날 같은 머리 스타일 지겹지도 않아?
B. 부럽다...


여러분은 A와 B 중 어떤 걸 고르셨나요?




고등학생 때부터 20년 넘게 긴 생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간 웨이브 펌은 두어 번 정도 해봤고, 스무 살 때는 갈색으로 염색도 한번 해봤지만, 결국은 변화된 머리 스타일에 적응을 못하고 금세 '검은색 긴 생머리'도 돌아왔다. 그러다 서른이 넘어서는 이 머리 스타일에 완전 정착했다.


심지어 이 머리가 "촌스러워 아무도 안 하는 스타일"이라며 미용실에서 극구 만류할 때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같은 스타일을 유지했다.


2022년에 레트로를 컨셉으로 한 '뉴진스'라는 그룹이 나를 따라서 긴 생머리로 스타일링을 했던데, 그 뒤로 이 "촌스러웠던" 머리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유행이란 돌고 도는 법이니까.


걸그룹 뉴진스 - 어도어 제공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친한 동생을 한 명 만났다. 무려 4년 만에 만난 그녀는 내게 물었다.


"그런데 언니는 염색 안 해?"


"응, 알잖아. 나 20년째 이 머린 거. 염색이고 펌이고 겁이 나서 잘 안 하게 되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언니, 부럽다...
난 벌써 염색하잖아, 새치염색.


헉, 너무 놀랐다.

우리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던가?



흰머리는 언제부터 날까?


찾아보니 보통 흰머리가 처음 발생하는 시기는 인종별로 차이가 있는데, 백인은 30대 중반, 흑인은 40대 중반쯤 생기기 시작하며, 아시아인인 한국인은 보통 30대 후반부터 생기기 시작해 40대에 본격적으로 많아진다고 한다.


보통 옆머리, 정수리, 뒷머리 순으로 나서 콧수염과 턱수염, 눈썹으로 이어지는데, 흰머리가 나는 원인은 멜라닌을 합성하는 멜라닌 세포수가 줄고 그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이나 병리적 요인,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흰머리가 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일정 나이가 되면 일명 '새치'라고 불리는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다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수가 늘어나는 패턴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흰머리 좀 일찍 났다고 너무 서러워할 필요도 없으며, 조금 늦게 난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다들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은 우리 모두 '호호백발'이 되어 만나게 될 테니까.


여기는 미용실이 워낙 비싸 몇 개월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기는 힘드니, 나도 언젠간 '셀프 염색'이나 '염색 샴푸' 따위를 검색해 보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염색을 하고 하고 또 하다 지치는 그날이 오면, 백발의 머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멋지게 스타일링한 쿨한 할머니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이 글은 <헤드라잇>에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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