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는 직관해야 제맛
며칠 전,
고대 하키팀이 캐나다에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엄청난 하키팬도 아니요, 고려대와 무슨 대단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의 청년들이 이 먼 곳까지 경기를 하러 왔다는데 현지에 사는 사람으로서 작은 응원이나마 보태주고 싶었다.
경기가 열린 곳은 캐나다 밴쿠버 섬의 '나나이모'라는 한 작은 도시.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차로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이라 드라이브도 할 겸 점심 도시락을 싸들고 일찍 집을 나왔다.
경기 시작 30분 전, 경기장에 도착하니 벌써 양쪽 선수단이 링크에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상대팀은 캐나다 명문대 중 하나인 SFU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그런데 한눈에 봐도 두 팀 간 체급 차이가 보일 정도로, 키와 체격에서 한국이 많이 밀리는 모습이었다. 격한 몸싸움도 종종 있는 하키 경기에서 파워로 밀어붙이기엔 어렵겠다 싶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첫 골이 들어갔다! 고대팀에서.
와! 대박!
하지만 하키는 정말 순식간에도 골이 들어가는 게임이라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었고, 원정경기를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한테는 체력전에서 더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염려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그 첫 골을 시작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골도 다 한국팀에서 들어갔다.
골뿐 아니라 유효 슈팅수에서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경기 내내 캐나다팀이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국 '10대 1'로 승!
정말 멋지다 멋져!
캐나다는 '하키의 나라'다.
프로 선수들은 물론이요, 어린아이들이나 성인들도 하키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도 많고, 하키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나 열정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런 곳에서 나고 자라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하키를 익히고, 풍족한 지원과 좋은 링크에서 지도받고 훈련받은 선수들... 그런 선수들에게 한국의 한 대학팀이 상대가 될까 싶었다 솔직히.
그런데 고대팀 선수들 정말 잘하더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려운 게임이 될 거라고 쉽게 단정 지었던 게 너무나 미안할 정도로.
고대 하키팀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모쪼록 남은 경기와 훈련도 잘 마치고, 캐나다에서의 경험이 선수로서 한층 더 배우고 성장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길 바랍니다.
참고로 고대 아이스하키팀은 1월 5일 VIU, 1월 6일 SFU, 1월 7일 UVIC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3연승의 기록을 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