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준비 아님.
왜 수어를 배우게 됐냐고 물으신다면.
https://brunch.co.kr/@jlee1992/11
두 달 전,
아묻따 필기시험을 등록해 놓고 (시험비 무려 6만 원!)
이틀 전 벼락치기 시전했으나 시험 범위 다 못 보고 입장.
머리만 감고 바로 택시 타고 와서 볼 교재도 없이 빈손으로 칠판 보며 멍 때림.
시험은 1년에 단 한 번.
응시생 25명 중 3명 결시.
울산에서 시험 치러 올라온 사람도 있었다.
나 같은 응시자가 합격해도 민망한 그런.
1교시. 장애인복지의 이해 / 한국어의 이해
2교시. 청각장애인의 이해 / 수화통역의 기초
그래도 4지선다니까.
말도 안 되는 말 소거하면서 열심히 풀었당.
이를테면 장애인복지의 이해 과목에선
Q. 2022년 이후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아침에 머리 감으면서 2배속으로 들었던 유튜브 강의는 2021년 버전. 마지막으로 본 숫자는 3.4%. 근데 3년째 동결.
시험지에 나를 시험에 들게 한 보기는 2개.
3번. 3.4%
4번. 3.6%
‘장애인 등록 기준에 장애 항목이 추가된 지 좀 됐으니 사람이 더 늘지 않았을까, 올해 이동권 시위도 치열했고, 4월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새로 나왔다는데, 양심 있으면, 아니 상식적으로 고용률 늘어야 되는 거 아니냐, 인류애 힘줘! 정답! 3.6%.’ 이렇게 찍는 식. (걍 일찍 공부했으면 쉽게 맞췄을 일..)
수어통역사 필기시험이라 그런지
감독관은 청인 수어통역사, 부감독관은 농인이었다.
근데 시험 중 저렇게 떠드는 감독관들 처음 봄.
물론 수어로 대화해서 교실은 조용했음.
무슨 얘기하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다가
앗 엿듣는(엿보는) 건 실례지 싶어서 곁눈질로 봄.
다 풀고 수험표 뒷장에 점심 뭐 먹을지 낙서하고 있었는데
부감독관이 옆에 와서 빤히 쳐다봄. 문제 유출 금지라 그런 듯. 오징어볶음 적었지만.
마치고 나가는데 앞문에서 부감독관을 마주쳤다.
꾸벅- 인사하려는데, 먼저 ‘고생하셨습니다’ 수어로 인사해주셨다.
나도 황급히 두 주먹 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해 두 번 툭툭.
정문으로 나가는 동안 괜히 주먹 몇 번 더 쥐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