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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pr 20. 2019

놀라운 변신의 유기견

시추는 가족에게 사랑 받던 반려동물 유기견이었다. 

온순하고 순종적이며 영특한 시추가 왜 가족에게 버림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상처처럼 큰 트라우마도 없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유기견 신세가 된 시추는 얼마나 외로운 시간을 견디었을까.

사람 마음은 참 알 수가 없다.

날마다 살을 비비며 살다가 어느 날 덩그마니 홀로 남겨둔 채 떠나버리다니.

며칠을 굶주린 채 여기저기 떠돌다가 시추는 동물구조협회의 보호 아래 놓인다. 

여기서 시추의 운명이 다시 한 번 바뀐다.

영특하고 온순한 성격을 알아본 삼성안내견 학교에서 도우미견 테스틀 보게 된 것이다.

시추는 여러 훈련을 거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리를 배달해주는 청각도우미견으로 거듭났다.  

   

시추가 새 가족으로 만난 사람은 화가 박광택이었다. 

새 가족을 만나 ‘소라’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사람소리도,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삶이란

아무리 함께 사는 가족이 있더라도 고독과 외로움 그 자체이다.

또한 가족이 24시간 내내 그의 소리가 되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소라가 박광택 화백의 일거수일투족을 지키며 어슬렁거리니 박 화백은 외로울 틈새가 없다.

고독과 외로움에서 벗어나자 어둠과 침묵과 슬픔이 젖어 있던 그의 그림도 차츰 빛을 되찾아 갔다.

소라는 소리를 전달해주는 그 이상의 존재인 것이다.

단순히 반려동물이라고 하기에는 소라의 존재감은 너무나 컸다.   

  

소라는 자명종 알람 소리, 초인종 소리, 노크 소리, 아기 울음소리, 화재경보 소리, 휴대폰 벨 소리, 그리고 다른 사람이 부르는 소리 등을 구분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다.

또한 여러 가지 소리 중에서도 반응을 해야 하는 것과 반응을 하면 안 되는 것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고난도의 훈련도 받았다.     

소라

아침마다 알람 소리가 들리면 소라는 잽싸게 박 화백의 가슴 위로 올라가 앞발로 두드리며 깨운다.

소라가 있어서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잔 뱍화백은 매일 아침 소라의 작은 발의 움직임을 느끼며 잠에서 달콤하게 깨어난다.      


똑!

대문을 한번 두드리는 소리에 소라 두 귀는 쫑긋 세워진다.

똑똑!

소라는 벌떡 일어나 다리가 안 보일 정도로 쌩하니 문으로 달려가서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박 화백에게 달려가 누가 왔다며 다리를 두드린다.

그러면 박 화백은 소라와 함께 문으로 가서 손님을 맞아들인다.     


예전에는 누군가 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어도, 박 화백이 문자를 보지 않으면 도저히 연락이 닿지 않아 상대방은 동동거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소라가 문자 알림 소리를 대신 박 화백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문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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