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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3. 2023

09. 술을 멀리하다. 결국에는 끊다.

리셋_출간_나의 인생을 바꾼 습관

나는 주당 까지는 아니지만 근 20여 년간 술을 즐겨왔다. 

사실 술보다는 술자리가 즐거웠고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게 행복했다. 


하지만 급격히 떨어지는 면역력과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신장질환이 3년간 이어지고 감기에 걸릴때마다 합병증세가 나타나고 나서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참 미련했다.


결론은 술을 끊는 것이 내 몸과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다다랐다.


술이 내 몸을 망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다면 이제 그만 술을 그만 놓아줄 때이다. 

적당한 술이 건강에 좋다는 일부의 연구결과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지 말라. 

당신은 체질적으로 운이 좋은 아주 극소수의 그 사람이 아니다. 

술은 보편적으로 건강에 좋을 것이 없다. 

물론 적게 마시는 술은 좋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한두 잔이 한두 병을 부른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니 아예 안 마시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너무 안 마시겠다는 강박도 좋지 못하다. 

서서히 술과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입지를 줄여나가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집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던가. 

너무 늦은 시간까지 마시지 않겠다던가. 

아이들 앞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던가 하는 식으로 술과의 접점을 줄여나가길 권한다. 


걱정이 먼저였을까 술이 먼저였을까. 

나는 마흔이 되면서 부쩍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졌다. 

이런저런 핑계를 안주삼아 소주, 맥주, 와인, 칵테일, 위스키로 그 저변은 넓어져 갔다. 

한창 고민이 많을 시기였다. 

운영하는 회사는 비전을 제시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아직도 친한 형동생으로 지내는 직원들은 나를 믿고 의지했는데 그들에게는 좋지 못한 과정만을 보여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은 나를 알코올 앞으로 데려다 주기 충분했다. 


술을 새벽까지 마시고 취해서 곯아떨어져도 새벽 4시 즈음에는 번쩍 눈이 떠졌다. 

스프링처럼 허리가 접힐 듯 자세를 앉았지만 머리는 깨질 듯 아프다. 

그리고 고민한다. 


‘나 이제 어떻게 하냐...’

‘뭐 먹고살지...’

‘노후는? 애들은? 대출금은?’


꼬리에 꼬리는 무는 고민을 한두 식간 하다 보면 6시쯤 엎드린 채로 다시 잠에 빠져들곤 했다. 

불안이 먼저인지 불면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술은 나를 항상 불안정한 상태로 빠뜨렸고 나는 아주 비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며 불안하고 피곤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한 고민과 조급한 마음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억지로 조장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생각해 보건대 과거의 그런 억지 열정이 만들어낸 지점에서 만약 내가 시도한 일이 성공했더라면 나는 다시금 아주 크게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을 개업했고 3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 

지금 나는 그때의 결정과 과정을 매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어내는 3년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된 나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다. 


나는 이제 밤에 깨어나지 않는다. 

불면도 없고 불안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불안이 아주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정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먼 친구처럼 멀찍이 데리고 살아야 한다. 

안 그러면 그 또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불안을 증폭시키는 물질은 술이다. 

술이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멀어져도 괜찮다.

멀어지는 연습을 하자. 

아주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      


습관성 맥주 구매 증후군이라 명명한 이 습관은 우리 부부의 매일 저녁을 책임졌었다.

우리 부부는 거의 습관적으로 매일 밤 맥주를 한 캔 씩 마셨다. 

밤 11시쯤 tv에 펼쳐지는 황금빛 들녘과 청량함을 가득 채운 맥주 광고는 알코올에 대한 갈망과 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항상 큰 맥주캔 6개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24캔과 함께 다양한 사은품이 붙어 있는 맥주를 구매했다. 

덕분에 작은 아이스박스와 보냉백, 냄비 같은 물건부터 자잘한 육포나 라면 등의 안주거리도 늘 곁가지로 딸려오곤 했다.      

가게를 하는 3년 동안은 맥주에 대한 의존도가 끝없이 올라갔던 때이기도 했다. 

언제나 늦은 저녁을 먹던 우리는 주로 배달음식을 시키고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냈다. 

하루동안의 일과와 진상 고객을 씹으며 그날의 감정을 추스르곤 했다.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슬슬 버거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캔만 먹던 맥주가 어느 날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한 날은 한 캔씩을 더 마시게 되었다. 

다음날 일어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고 알콜성 각성으로 인해 새벽 1시에 잣는데 4시에 눈이 번쩍 떠지곤 했다.      


맥주를 끊자 밤에 번쩍 깨는 일은 없어졌다. 

밤에 그렇게 번쩍 깨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그건 바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눈이 번쩍 떠진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깨면 머릿속으로는 앞날을 걱정하고 손은 핸드폰으로 가서 유튜브 영상을 한두 시간 보곤 했다. 그러면 5시 정도에 다시 잠에 든 곤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천근만근 인건 너무나 당연했다. 

평일에 하루 쉬는 날은 하루종일 잠을 자는 게 일과였다. 

모자란 잠을 몰아서 자는 걸 우린 충전이라고 불렀지만 그런 잠이 충전이 될리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저녁을 늦어도 7시까지 먹고 배달음식도 시키지 않았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게 되었고 와이프는 아이들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체중도 유지가 되었다. 

와이프는 필라테스를 주 2회 다녔다. 

아침에 미친듯한 괴로움 속에 잠에서 깨지 않게 되었고 소화기관은 너무나 평온했다.      

단지 맥주와 야식 배달음식을 끊었을 뿐인데 부부의 건강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가끔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와인을 한잔 한다. 

바깥에 약속이 있거나 하는 경우는 술을 마시긴 하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뜨는 편이다.

사회생활이 있다 보니 완벽하게 금주를 하진 못했다.  

다만 술을 마실 기회를 제한하고 미루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이 따랐다.

건강의 개선과 더부룩하지 않은 아침

양질의 수면의 질 확보

절감된 비용으로 좋은 와인을 사거나 필라테스 등록이라는 최선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약속자리에서는 자유롭게 마셔도 되지만 이제는 어차피 술에 취할 이유도 없고 주량도 약해져 많이 마시지도 않게 되었고 밤늦게 까지 자리할 체력도 없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신경 쓰며 적당히 자리가 파하고 씻고 들어와 자는 게 가장 큰 미션이 되었다. 


그렇게 술에서 멀어지고 서서히 충만한 하루를 살아가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만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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