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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07. 2023

가장 작은 단위의 정체성을 획득하라.

의식적인 습관을 길들이는 첫 번째.

우리는 무언가를 목표로 잡을 때 평범하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지점을 목표를 설정하곤 한다. 


매일 하루 1만 보 걷기

매일 5km 뛰기 

PT 받고 10kg 다이어트

영어 등의 어학 마스터 등과 같이 대략의 숫자와 열망이 보이는 숫자로 설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로 설정한 것들이 과연 만만하던가? 해본 바에 의하면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내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보편적인 타인이 해낼 것이라 생각하는 수치를 목표로 설정한다.


'그럼 목표를 낮게 한다고 뭐 나아질 게 있나?'라는 물음이 당연히 따라올 것이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보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다는 메커니즘에서 가장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목표의 설정치가 배꼽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의 키를 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넘기에는 애매하게 높은 위치이다. 


'계단의 첫걸음은 발목 높이여야 한다.'


첫 번째 계단이 나의 키보다는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걸음에 넘어서기에는 너무 높은 지점에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단위별로 쪼갰을 때 가장 낮은 허들을 목표로 삼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 체력이나 정신력이 뛰어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매일 1,000걸음을 걷는 것 매일 2,000걸음을 걷는 것에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 더 작아야 한다.

매일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피해도 된다. 단지 날씨가 좋은 날 운동화를 신고 어슬렁 거리며 산책로를 5분만이라도 배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당신의 목표로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다. 

산책로를 나가 언제나처럼 걸을 것이다. 이제 걸음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상태이므로 아주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 된다. 그리고 주어지는 시간만큼 어슬렁 걷다가 들어오면 된다. 2,000걸음도 나쁘지 않다. 혹은 1,000걸음도 마찬가지이다. 시작의 단초를 가장 작은 행동으로 거의 매일 반복할 수 있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가장 작게 잡은 그 목표치를 당신만의 정체성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헬스장에 드나든다. 정도의 목표면 된다. 초심자가 어디선가 본 영상으로 월요일 하체 화요일 상체 수요일 이두, 등 목요일 블라블라 이런 형태의 목표를 설정한다. 이는 여러분의 금전을 헛되이 헬스장에 바치는 지름길이다. 제풀에 지치는 경우는 표면에 보이는 그럴싸한 숫자들로 목표를 잡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단단한 굳은 심지가 필요하다. 일관되며 지속적인 내적동기가 그것이다. 그러한 단단한 내적동기의 생성은 의외로 정체성과 연관이 있다. 정체성은 자존감,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루 1만보를 걷겠다고 설정해 두고 못 걷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늘 존재한다. 하지만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사람이라는 칭호를 획득한 당신이 그럴듯한 이유 없이 빈둥거리기 위해 집에 머물렀다는 것은 당신으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꽤나 크다. 약간의 수치심마저 드는 경우가 있다. 가장 작고 쉬운 일조차 하지 못한다는 작은 실망감은 꽤나 효과가 있는 자극제가 되곤 한다. 한 인간을 일으키는데 더할 나위 없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단단해진 심지는 자존감이 되고 당신은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계단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계단의 높이는 아주 미약하고 발목 정도의 높이다.' 이걸 목표로 삼는다고? 하는 비웃음이 슬그머니 일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걸음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고 작지만 꽤나 괜찮은 성공을 거둔 경험의 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매일 한 줄의 글 쓰기와 같은 맥락이다. 나 또한 글쓰기에 문외한이었고 지금도 가히 좋은 글을 쓴다고는 단언키 어렵다. 하지만 1년 넘게 꾸준히 쓰다 보니 글쓰기의 '양'이라도 늘릴 수 있었다. 나 역시 첫 글부터 꽤나 괜찮은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었다. 몇 문장 써보지도 못하고 피식 쓰러지고 마는 내면의 끈기와 심지를 갖추고 있었다. 요즘은 그때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조금은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 한 줄을 쓰다가 이제는 매일 한편 혹은 두 편을 쓴다. 우선은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그 '많이'가 처음치고는 너무 높은 허들이다. 단 한 줄을 쓰는 것에 만족하고 차츰 늘려가야 하는 것이다. '하루 한 줄을 쓰는 작가입니다.' 정도의 정체성도 매우 훌륭하다. 


우리는 가장 작고 보잘것없게 시작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되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작게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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