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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17. 2023

조급 대마왕

나는 조급증이 극에 달했었다. 거의 100일 전까지 그랬다. 스스로를 조급증 대마왕이라 생각하곤 했었다. 성급하고 즉흥적이었으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곤 했다. 자기 객관화도 되지 않아 주제와 선을 넘기 일쑤였고 뭐든 앞당겨 이루고 싶은 마음에 묘수와 꼼수를 동원하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는 말을 가장 심하게 오용하며 살던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나는 좋아하거나 소위 꽂히는 일이 생기면 며칠밤을 세며 몰두했고 그것이 나의 인생 해답인양 파고드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리곤 누구보다 빠르게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단지 흥미가 남들보다 빠르게 소멸되고 꾸준함이 없다거나 진득하지 못하다는 정도로 치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관점을 달리 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단 한 번도 조급증을 버리기 위한 훈련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조급함과 성급함이 민족성 혹은 개인의 정체성 정도로 믿으며 그러한 성향을 당연시하며 살아왔다. 물론 그에 따른 긍정적인 면과 수혜도 간혹 있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 과하면 독이 되지 않는가. 성급하고 조급한 성격은 무슨 일이든 화끈하고 시원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추진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책을 쓰고자 도전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사업을 하겠다고 수건을 제작하고 스토어를 만들었을 때도 식당을 차렸을 때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초창기의 보폭과 속도를 1년 혹은 3년 동안 지속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무조건 빠르고 남들보다 열심히 영혼을 갈아 넣으면 만사가 잘 풀릴 줄 알았던 때이다. 너무 열심히 해서 내 몸이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버리거나 흥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조급함, 성급함은 충동적인 성격과 맞물려 도박적인 성향을 띠게 했다. 뭐든 한방에 우뚝 궤도로 오르거나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바라는 욕심은 한탕주의를 낳기 마련이다. 주식을 하고 코인을 하는 심리의 저변에는 천천히, 느리게 성공을 도모하겠다는 마음보다는 '한방에' 성공을 쟁취하겠다는 마인드가 필연적으로 깔려있다. (특히 장기 투자자는 자신을 속이는 것을 멈추라. 당신은 버핏이 아니다. 버핏은 가치투자자이며 평생 검소하게 살아왔다. 롤스로이스나 전용 제트기를 과시하거나 전 세계에 부동산을 구매해 둔 사람이 아니다.)


감당이 가능한 사람은 자신을 돌파하여 목표로 한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보통의 사람이라면 특히나 조급증에 발목이 잡혀 성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기를 당부한다. 특히나 나와 같은 '중증'조급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새겨들어볼 만하다. 


'느리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당한 템포로 꾸준히 오래 하는 연습의 시간이 필요하다.'


혹시나 두세 달 안에 책을 쓰거나 출판을 하겠다는 야심을 품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가? 그건 당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계획을 당신이 세우지 않아서 이다. 당신의 계획을 조급함이 지배해 버리면 모든 일을 이처럼 그르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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