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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ug 13. 2023

14. 나는 왜 뛰어난 교보재 인가.

나는 사업에 실패하고 건강이 악화되어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적이 있다. 

그 후 각성하여 바닥부터 나를 변화시키며 하루하루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다.)


말이 좋아 더 나아지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이지 바닥이 너무 깊고 낮아 본연의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고초가 따르는 중이다. 읽고 공부하며 흡사 수행하듯 시간을 보내다 보니 드는 생각이다. 


"나는 정말 뛰어난 교보재구나."


교육의 보조재료를 교보재라 한다. 나쁜 습관을 개선하고 좋은 습관을 의식적으로 정착하여 인생의 후반전을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이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최고의 교보재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완벽한 교보재로 자라났을까?


- 나에게는 좋은 습관이 하나도 없었다. 

- 하면 안 된다는 나쁜 습관의 모든 유형을 가지고 있었다. 

-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거나 반성하면 백발백중 겸허해지는 과녁, 즉 100% 명중률의 자동 타깃이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찰흙 같은 교보재가 나였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이런 걸로 최적화된 나를 발견하는 건 전혀 뿌듯하거나 기쁜 일은 아니었다. 


결점이 이렇게 많아도 되나 싶은 정도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때론 섬찟한 일이기도 하다. 


'이 상태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을 욕할 자격이 있긴 한 거야?'

'내로남불의 전형이구먼.'


타인의 단점을 볼 겨를이 없다. 

나의 단점과 개선점만을 찾아 나아지게 하는데도 평생을 바쳐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 나는 타인과 한바탕 언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 비난, 험담, 험담의 달인이었으며 정치질에 능했다. 

- 늘 부정적인 생각에 함몰되어 있었다. 

- 뭐라도 되는 양 으시되는 성향이 있었고 절약하는 습관이 없었다. 

- 기분에 따라 소비하고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소비하는 성향이었다.

- 동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았다. 

- 뭔가를 먼저 받아야만 움직이거나 대가가 따라야 행동하는 거지근성이 심했다. 

-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 술과 야식, 폭식, 과식 등 나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 스마트폰 중독에 밤늦게까지 영상을 보고 늦잠을 퍼기도록 자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 책 한 권 읽지 않고 고민과 걱정만 하는 사람이었다. 

- 우울증과 조증이 번갈아 오며 기분 내키는 대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 한탕 주의에 사로잡혀 도박과 로또, 주식투기에 빠져있었다. 


갈아엎어야 할 밭이 너무 크다 보니 엎어도 엎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습관으로 나를 극복하는 일이 이토록 길고도 어려운 길이라는 사실에 나는 때때로 좌절감을 느낀다. 


가장 작은 단위의 습관부터 하나씩 나를 개선해 가는 중이다. 

나를 인수분해하여 나열하고 나면 조금이라도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더 나아질 것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나를 먼저 제대로 보는 것이다. 

가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나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보조적인 재료가 '나'이니 말이다. 


내가 나에게 먹히기 전에 멈춰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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