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북한산둘레길에 이어 서울둘레길 7번 코스를 갔다. 시작 지점은 내 고향 염창동 옆인 가양역이다.
어제 37킬로미터를 걷고 뛰였기에 허벅지는 무거웠으나 고향길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길이기에 호기심은 없었다. 가양대교를 건너고 한강변을 뛸 때까지는 익숙한 이쁨을 보았다.
하지만 약간 틀어서 작은 오솔길로 들어가는 순간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나왔고 그곳은 멋들어진 숲이었다. 약간 몽환적인 이 숲은 나를 신화 속 나르시소스로 만들었고 샘물이 없어 핸드폰으로 연신 셀카를 찍게 하였다. (숲의 마술은 그 속에서만 유효한지 나중에 확인하니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다 지웠다.)
이 이쁜 숲은 1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지나서야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숲의 끝은 하늘공원 입구로 이어진다. 하지만 서울둘레길에는 하늘공원이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풍경을 지나칠 수 없어 계단을 올라 한강 전경을 찍었다. 한강 그리고 서울의 자태는 너무 아름답다.
월드컵공원을 지나 홍제천을 통해 앵봉산으로 향했다. 이 길에는 평일인데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대부분 나이가 많으셨는데 아버지가 생각났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5학년이었던 1986년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기력을 조금 회복하신 뒤는 동네 뒷산에서 운동을 하셨다. 그때 어린 나는 늘 아버지와 함께였고 사실 그런 나의 삶이 창피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부끄러운 시간들은 지금은 다시 가고 싶은 그리움의 대상이고 아들로서 떳떳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앵봉상 정상에 도착하였다.
앵봉산은 그 자체도 좋은데 북한산을 바라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멋진 북한산을 보면서 혹시 이승에도 저승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고향 근처 길을 걸어인지 아빠가 더 그리웠다. 그래서 완주 후 납골당에 가서 아버지를 뵙고 왔다.
지나간 것들은 익숙하다. 그 빈도가 많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더 잘 못 보고 못 느낄 때가 있다. 지난 과거가 그런 과오는 접어두더라도 찾아올 시간에는 익숙함때문 감각이 떨어지고 제대로 못 느끼는 일은 없으면 한다. 특히 내 주변 더욱이 내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