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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화 Nov 07. 2024

인샬라, 마샬라


이스탄불을 기가막히게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중심엔 모스크, 그리고 애잔이 있다.


모스크는 이슬람의 사원,

애잔은 기도 시간을 알리는 노래다.


처음 이곳에서 모든 것이 불안할 때, 밤거리를 걷다 모스크를 봤다.

순간 아라비안 나이트 속에 들어온 듯 황홀해졌다.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모스크가 나를 꿈꾸게 했다.

모든 불안을 가져갔다.



낯선 이곳에서 모든 것이 버거울 때, 돌연 공기 중에 울려 퍼지는 선율을 들었다.

판소리와도 닮았고, 허공을 향한 외침과도 같은 그 소리가 마음을 다독였다.

버거웠던 속이 고요해졌다.


이럴 때 나는 종교가 없어서 참 좋다. 신이 있다면 나의 이런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종교에 관련된 온갖 것들을 맘껏 즐긴다. 절에 가면 스님들 목탁소리, 정갈한 매무새가 편안하다. 거리에 매다는 연등의 은은한 불빛은 내게 봄의 한가운데를 알리는 신호다.

성당에 가면 웅장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합창과 오르간 소리에 감탄한다.

교회 앞을 지날때면 ‘형제님’, ‘자매님’

모두가 가족되는 화합의 현장에 빙긋 웃음이 난다.

이번에 모스크에 가보니 여긴 또 다른 세계다.


법정 스님 책에서 이런 구절을 봤다.


성당과 모스크와 절간에
어떤 성스러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텅 빈 현재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이 텅 빈 고요.


기도하러 들어가기 전 신도들은 열심히 손발을 씻는다. 발냄새 풀풀 나는 발로 카펫을 딛기가 송구하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 텅 빈 고요 속에서, 정말이지 궁금해진다.

신이 뭐기에 인간이 저토록 그 존재를 믿고 엎드려 기도하는지. 믿고 싶다.

우리들 사이에 신이 있다고.




튀르키예 사람들은 '인샬라', '마샬라' 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이를테면,


"오늘 시험이 있어"

"인샬라"


혹은,


"우리 고양이를 잃어버렸어"

"인샬라"


'인샬라'는 많이들 알고 있듯 '신의 뜻대로' 라는 의미이다.

그럼 '마샬라'는 뭘까?


며칠 전 이웃과 잠깐 이야기를 한 일이 있었는데


"너의 부모님은 건강하시니?" 묻기에

"응, 건강히 살아계셔." 라고 했더니


"마샬라"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마샬라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에 난 반해버렸다.


'마샬라'는 상대의 기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기쁨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도하는 마음이란다.


신의 뜻은 이토록 아름답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왜 종교의 이름으로 끔찍한 일들에 앞장서는지 해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모스크는 이렇게나 감동적이고, 공기를 감싸는 애잔의 선율은 이렇게나 울림을 주는데.

신을 향한 끝 모를 사랑으로 이 모든 것을 만들었는데 말이다.

나는 겁도 없이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하는 한편 은근히 신의 존재를 바라는지 모른다.


해뜰 무렵 여명, 해질녘 석양 속에 애잔이 울려퍼질 때면 조금이라도 신과 가까워지고 싶다.

이 순간 웃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쁨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신의 뜻대로 되기를.

인샬라, 마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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