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주는 당근

이스탄불 야반즈 2

by 장미화


원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한다.


처음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했다. "현재를 살라? 안 그런 사람도 있나?"


옛날에 강호동이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는 말을 했을 때 깜짝 놀라던 사람들을 보고 내가 놀랐다. 그 당시 나는 아침마다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그게 놀랄만한 일인 줄 몰랐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왜 그리 울림을 주는지 나는 몰랐다.


징글징글하게 빛만 따라가는 불나방 모냥, 행복만 바라보고 산다. 이렇게 말하면 참 좋아 보인다. 쿨해 보인다. 하지만 좀 다르게 말하면 나란 사람은, 원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꾸준함이 부족하다.




이스탄불이라는 낯선 곳에 살면서, 수시로 등뼈를 타고 기어올라오는 감정들이 있었다. 이것을 표현해야 나를 지탱하겠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글쓰기였다.


구독자 38명에 새로고침 할 때마다 올라가는 라이킷 수가 그리도 기뻤다. 연재를 하며 글로 소통하는 즐거움도 배웠다. 나를 구독해 주고 라이킷해주는 작가님들의 글을 열심히 읽었다. 놀랍게도 글이 다 너무 좋았다. 저마다 글감도 다양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그중 몇몇 작가님들이 이름 아래 '에세이스트'를 새겨 넣은 것을 보고 나도 은근슬쩍 따라 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브런치라는 공간도 사실 sns일 뿐이다. 그런데 이 sns는 나의 이웃이 얼마나 멋진 물건을 사고, 얼마나 잘생겼고, 얼마나 몸매가 좋고, 얼마나 나보다 잘났는지를 보는 곳이 아니다.


이 sns는 나의 이웃이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으로 무엇을 얻었는지를 구경하는 곳이다. 오히려 지독히 못났던 과거를 끄집어내는 곳이다.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르며 사실 해결책도 없음을 고백하는 곳이다. 오늘 얼마나 뼈저리게 외로웠는지 토로하고, 아주 사소한 행복도 공감받는 곳이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에서 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첫 브런치북 <이스탄불 야반즈> 연재를 호다닥 마무리한 것도 나의 '꾸준함' 덕목에 들어온 적신호 때문이었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더 좋은 글로 찾아온다더니 멋쩍게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에 들어왔는데 정수리가 뜨끔하다. 메인 화면에 떠 있는 저 사진은, 이상하리만치 익숙하다.


나는 브런치 메인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그곳에 내 이름이 오르는 건 상상도 못 해봤다. 사실 거기에 오른 작품도 클릭해 본 적이 없다. 나를 구독해 주고 하트를 눌러주는 작가님들의 글방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벅찼던 것이다. 그런데 메인 화면에 내 브런치북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 이후로 일주일 동안은 틈만 나면 메인 화면을 이 잡듯이 뒤졌다. 며칠 동안 이곳에 내 브런치북이 자리 잡더니 다음번엔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그래서 유치하지만 자랑하기 위해 다시 글감을 모아본다. 브런치가 주는 당근으로 나를 채찍질해보려 한다.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이스탄불 야반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슬그머니 다시 시작해 본다.


^^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