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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다

by MARY

나는 골웨이에서의 일상을 나 자신을 위해 혹은 나누기 위해 기억하려고 한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내 삶에서 가장 평화롭고 여유로웠던 순간이었다.

도시 자체도 조용하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어서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고 할 수 있겠다.


골웨이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시리얼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은 강을 따라 걷는 것이었는데 그 풍경이 참 좋았다.

그래서 가끔은 보다 서둘러 나와서 강가에 앉아 그날의 공기와 바람을 느끼다가 학교에 가곤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대략 30분 정도 걸렸고 바로 이 풍경이 보이면 학교에 다 왔다는 뜻이었다.

이곳에서 영어 수업은 정말 즐거웠다. 해외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는 버킷리스트를 비로소 이루어 냈다.

학교에서는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이 매우 재미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을 전혀 즐기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가끔 친구들과 외식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점심을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타지에서 나를 책임지는 건 바로 나 자신이기에 건강을 최대한 챙기려 노력했다. 독립해야 성장한다는 말이 왠지 실감이 났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스로 사 보지도 않았던 채소를 내 손으로 기꺼이 사곤 했다.


오른쪽에 있는 음식은 스페인 친구 테레사가 만들어 준 음식인데 가끔 테레사 집에 놀러 가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줬다. 비록 어떤 음식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채소와 향신료가 고루 섞인 건강한 음식이었던 것은 기억한다.

어느 날은 학교 과제로 이색음식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곰곰이 고민하다가 루마니아에서 먹었던 사르마 라는 음식을 소개했다.

사실 단 한번 먹은 음식이지만 최대한 이색, 이국적인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기에 열심히 검색하여 완성했다.

친구네 집에 영화 보러 놀러 가기로 한 날, 들뜬 마음에 집을 나섰는데 비가 어마어마하게 와서 옷 입고 샤워한 것 마냥 생쥐꼴이 되었다. 꽤 두툼한 우비인데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던.

아일랜드에서는 비와 친해져야, 익숙해져야 정신건강에 좋지만 이런 공격적인 비는 감당하기 어렵다.


친구랑 종종 갔던 시티센터에 있던 자그마한 카페다.

달콤한 디저트틑 주로 먹곤 했었는데 지금도 충분히 누군가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때를 떠올리니 노스탤지어가 느껴진다. 그 어떤 곳에서 이 케이크를 먹어도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종종 국제우표를 사서 한국 혹은 다른 나라에 엽서를 부쳤다.

20대 초반부터 해오던 펜팔일이라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하던 일이었기에 골웨이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중 몇 개는 세상 어디에 있을지 목적지를 못 찾아간 것 같지만 대부분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우표나 편지는 보내는 그 자체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종종 신기한 맥주가 있으면 사 와서 집에서 즐기곤 했다.

지금은 단맛이 있는 맥주를 즐기지 않지만 여기서의 사이다는 꽤 즐겨마셨다.

마치 해외에서 로컬처럼 있을 수 있었던 짧은 순간의 추억이다.

구름 한가득인 하늘 아래 광활한 대지를 보고 있으면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기 제격이었다.

여기에 더해 강렬한 바람에 머리카락은 자아를 가진 것 마냥 나부낀다.

골웨이는 참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혹은 아무 생각이 없기도 좋은 곳이다.

친구랑 예쁜 카페에 가 보았다. 최소한의 인테리어지만 아기자기하고 밝은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아마 친구인 엘레나가 밝고 통통 튀는 성격이기에 그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건 아닐까

구름이 왠지 달리는 강아지 같아서 사진에 담아두었다,

꼬리마저 발랄한 강아지가 떠오른다.

저녁시간의 시티센터는 꽤 사람이 많은 편이다. 아무리 사람이 많다 한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해가 기울며 하늘의 색이 바뀌고 가게 조명이 보다 밝게 느껴지는 그 시간.

하루가 끝나간다는 느낌 때문인지 집에 돌아가면서도 아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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