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작성 당시 실현 가능성보다 근사해 보이고 큰 목표 위주로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작성된 버킷리스트에는 시작부터 '1. 유럽여행하기 2. 외국에서 살아보기 3. 영어권 현지에서 영어공부하기'와 같이 주로 외국에 가보는 소망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넓은 세상에 대한 갈망과 동경이 컸던 때였다. 언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는 꿈이라고만 믿었었다.
그렇게 꿈은 꿈이라고 고이 접어두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버킷리스트라는 건 잊고 현실을 살고 있었다.
20대 후반, 어느 날 문득 그런 현실에 지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살 날이 머지않았다면 뭘 하고 싶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 난생처음 나에게 던진 진지한 질문이었다.
열심히 직장 생활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삶을 원한다고 줄곧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건 내 길이 아니었다.
인생은 한번 이기에 내 길이 아닌 안정을 쫓기보다 지금이라도 보다 원하고 의미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때 고이 모셔놨던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원래 실행하기에 앞서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은 나지만 외국에는 꼭 나가보고 싶어졌다.
당시 주변 환경의 영향인지 두려움 보다 하고 싶다는 갈망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앞섰다.
떠나자고 결심하고 나니 어떤 나라에 갈지,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워킹홀리데이와 어학연수의 선택지에서는 현지에서 영어공부를 해 보고 싶었기에 어학연수로 결정하였고
영국, 독일 등 다양한 선택지 중에 어쩌다 알게 된 아일랜드에 왠지 끌렸다.
영어권 나라에다가 유럽이고 문학으로는 유명하지만 아주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이 섬나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일랜드 중에서도 나는 '골웨이'라는 아일랜드 서쪽의 작은 소도시에 가기로 결정했다.
어지간히 계획이 잡히고 주변인들에게 알려야 할 때가 찾아왔다.
엄마한테 말을 할 때 제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엄마의 속마음은 공항에서 건넨 편지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일랜드행이 단지 하고 싶어 밀어붙인 꽤나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족과 주변인들의 축하와 응원으로 잘한 결정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생에 첫 유럽 땅을 밟을 기회가 생겼고 외국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그 벅찬 마음은 아마 평생 지워지지 않을 감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