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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Apr 18. 2022

갭이어, 영점조절을 위한 시간

읽고 생각하고 쓰고 (15) -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1. 쉼의 감각도 일상의 루틴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쉼의 감각이 무엇인지 아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 


2. 늘 "음, 어렵겠지만 한번 해볼게요"나 "네, 제가 하겠습니다"로 돌파해오던 사람에게 "이건 제 능력으로는 어렵겠는데요.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3. 지난 분기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 분기의 목표를 세우고, 이번 분기의 성장을 함께 하면서 역사-history를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과거와 미래를 공유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동료가 있을 때 최선의 일하는 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 매일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가 내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있어서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5. 시애틀에서 만난 그 누구도 내가 다니던 회사, 인맥, 내가 이뤄온 한 줌의 사회적 성취나 '이름'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6. "자존감이 낮아진 게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몸과 생각이 바뀐 거에요. 에너지, 집중력, 영민함이 예전만큼 못하다면 그만큼 다른 것으로 채워졌을 게 분명해요. 저도 가끔 열정 넘치던 과거의 저를 생각하면서 '나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지만, 이렇게 살아도 됩디다."


7.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다음 회사로 옮겨가기 전 잠시 쉬는 상황이 아닌,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내가 계획했던 방향으로 커리어와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깐 트랙에서 내려오는 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로부터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거리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타인의 삶의 속도와 방향에 치여 잃어버린 나의 중심을 회복하는 시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띠지만 갭이어는 모두 일과 삶에서의 영점조절을 위한 시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8. 갭이어를 보내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의미 있는 좌절, 의미 있는 성취, 의미 있는 성찰과 회고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생산성은 없지만,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누군가가 봤을 때는 멈춰서 있지만,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에서 각자의 분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분투는 일터에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빛을 내고 있었다.



자민의 세 줄 생각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속에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몇 개 골랐습니다. 갭이어에 관한 다큐에세이인 이 책에서 김진영 저자는 여섯 차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의 멈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직장인으로서 저자와 인터뷰이가 겪은 상황들, 그리고 개개인이 내린 삶의 결정들에 적잖은 공감이 갔습니다.

잘 쉬어야 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인 이상 당연한 명제입니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지나치게 앞만 보다가, 또는 지나치게 옆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그 사실을 잊습니다. 너무, 자주 말이죠. 전력을 다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갖춰지길 바랍니다.

밤낮없이 일하다 갑자기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싶은 느낌이 쎄하게(!) 뒤통수를 칠 때, 그런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일하는 공간 한 편에 빨간약처럼 두면 좋을 책입니다. 물론 이미 자신만의 갭이어를 준비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도 지침서로서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 Photo by Kristopher Rol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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