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tunately, your application has not been successful.'
단 1%의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은 결과였다.
나는 올해 First Class 진급 대상자였고, 너무도 당연히 승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탈락이라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본 통보가 믿을 수 없어서 인사팀에서 온 이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진급하면 바로 Cabin Supervisor(부사무장)에 지원할 생각이었고, 새로운 직급과 역할에 대한 기대로 기다림마저 설레었기 때문이다.
웬 걸, 김칫국에 김치찌개에 김치찜까지 제대로 해먹은 꼴이다.
도무지 진급에서 누락된 이유를 알 수 없어 인사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다음 진급 기회가 언제 올 지도 알 수 없는 상황, 나는 다급했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통화도 해본 적 없는 내 인사담당자에게 탈락 사유를 물어야 하는 건 전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통보를 받은 지 2주가 다 되어가는 오늘까지도 나는 실망과 분노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했다.(담당자와의 미팅은 2주를 또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동료와 함께해도 비행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이 회사에서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빨리 승진하지는 않는다.(하지만 워커홀릭 기질이라 늘 열일하고야 만다.) 고과에 치명적인 오점이 있지 않은 이상, 사번에 따라 때가 되면 올라가게 된다. 물론 진급교육과 평가에서 떨어지면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반복되지만 말이다.
내가 특별히 내 인사고과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승진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사람을 살렸다거나, 매 비행마다 승객에게 Compliment letter(감사편지)를 받았다거나, 회사에서 주목할 만한 승무원에게 주는 상을 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징계를 받은 적도 없다.
오히려 아주 평범하다. 승객과 동료들에게 받은 긍정적인 피드백, 고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근태, 한 손에 꼽는 컴플레인.
무엇이 나를 진급에서 떨어뜨린 결정타였던 걸까?
입사 동기는 회사의 실수가 아니겠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지만 승무원만 2만 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이런 실수가 생길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 나름의 기준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게 뭐가 되었든 나에게는 불공평하고 부당하게 여겨지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한 동료가 말했다.
“회사가 몰라줘도 승객들은 네가 얼마나 좋은 승무원인지 알 거야. 그게 더 중요하지 않아?”
당시에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처럼 허망한 말도 없는 것 같다. 보상 없는 책임과 의무가 얼마나 의욕을 잃게 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