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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
by
아빠 민구
Jul 2. 2020
전장터에서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를 '전우'라고 부르는 것처럼,
어느 새부터 인지 우리는 한 쌍의 원숭이가 되어 서로의 등에서 이도 잡아주고(?), 흰머리도 뽑아주고, (더럽지만)등여드름도 짜주고 있다.
같은 내무반에서 함께 산지도 어언 6년의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피비린내 나고 살 떨리는 삶의 전장터를 누비는 준베테랑이 되어, 우리는 [전우]가 되어있었다.
부끄러움을 알았던 수줍고 아름다운 시절은 무르익어 "진정한 부끄러움은 이런 것들이 아니야!"라고 우리 합리화하며, 오늘도 서로의 등을 믿고 맡긴다.
우리는 이젠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겉치레 같은 '수줍고 아름다운 시절'을 풋내 나는 과일 취급하게 된 것이다.
혹시,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당혹스러운 감정은 능숙하게 외면하고
얼굴엔 아이언마스크
와
손에는 캡틴아메리카방패를 치켜들고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어린 시절 30살 넘으면 아저씨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서른도 넘어 저 멀리 마흔의 고지를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시간이란 무섭게도'아이들이 벌써 이만큼이나 컸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었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거친 숨소리 내뱉을 틈조차 없는 세월 속에서 우리는 전우가 되어 서로에게 등을 맡기고 삶의 최전선으로.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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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자 남편, 네 자녀의 아빠로서 이야기합니다. 현실에 대한 감당, 틀 없는 상상, 평범하지만 독창적 일상, 무엇보다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애틋한 감상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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