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키우기(2부)

이제 가야지. 그렇지? 가야 하지??

by 아빠 민구

"어라? 먹었네?"

어젯밤에 자기 전에 넣어놨던 멋쟁이 딱정벌레(실제 이름)를 다 먹었는지 다리 두 개만 박스 안에 굴러다닌다. 나 있을 때는 잘 안 먹더니 배가 고팠는지 그 멋지고 큰 벌레를 잡아먹어버렸나 보다.

베란다에서 임시보호중인 소쩍이


소쩍새는 부엉이랑 비슷한 종류이긴 하지만, 부엉이나 올빼미와는 다르게 민가 근처에 살았다고 한다.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이고, 지금은 자연 속에서 초가집 부락에 몇 집 모여 사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소쩍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작은 부엉이 종류이자 맹금류로서, 소쩍새는 너무나도 귀여운 외모와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새 중에서는 영리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부엉이를 구해주고 나서 그 부엉이가 보답한다고 쥐를 잡아다 줬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야생동물 보호기관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가용한 모든 시간을 동원해서 '어떻게 하면 날개 다친 소쩍새를 치료하고 먹이고 방생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고 있었다.


녀석들의 특성은 무엇이고 정녕 합법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등등. 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방법은 없었고, 드디어 보호기관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야생조류보호협회, 야생동물보호센터 등등 연락을 해봤으나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담당지역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시청에 연락을 하니, 시청에서 전화를 받았다. 담당자로 전화연결에 연결을 거듭한 끝에 민원이 접수되었다.


누군가 담당자를 우리 집으로 보내준다는 전화를 받았고, 안내 문자도 날아왔다. 역시 행정력은 우리나라 관공서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고, 이내 담당자에게도 전화가 왔다.


공무원은 아니었고, 시청과 협약되어있는 기관인 것 같았다. 관에서 전화가 와서 우리 소 쩍 이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나는 출근해서 집에 없으니, 아내와 연락해서 집에서 데려가시라고 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이내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내는 화가 나 있었아.


아내 :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아 진짜

민구 : 왜 그런데? 무슨 일이야??

아내 : 아니, 내가 새를 못 만지니까, 집에 들어와서 가지고 가시라고 그랬는데. 하.. 참 진짜. 자기들은 규정상 집에 못 들어가게 되어있다고 가지고 나오든지 아니면 집 앞에다 풀어주라고 화를 내더니 그냥 가버렸어

민구 : 에엥??

아내 : 예전에 집에 들어갔다가 물건 없어지고 의심받아서 어쩌고 저쩌고 그러더니, '못 들어간다'라고 하면서 역정을 내고, 나한테는 "말귀를 못 알아먹네"하고 가버린 거야.

민구 : 에에에엥?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해가 안 되네, 내가 시청에 전화해볼게 기다려봐.


시청에 전화해보니, 미안하다며 시청 직원들이 직접 데리러 와야겠다고 한다. 다시 아내 연락처를 알려주고 업무에 집중했다.


얼마 후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아내 : 시청 직원들이 데리러 왔는데 장비나 케이지도 없이 왔더라고. 젊은 여자 직원 하나가 와서 하다가 새를 못 만지겠는지 나이 있는 남자 직원을 한 명 데리고 왔는데

민구 : 새를 못 만지는 동물 구호팀이라..

아내 : 응, 아무튼 남자 직원도 사냥개 훈련시킬 때 팔에 끼우는 가죽 장갑 같은 것 끼고 와서 잡지를 못하고 한참 씨름하다가 겨우 종이 박스에 담아서 데려갔어.

민구 :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아내 : 자기들은 동물병원에다가 데려만 간다고 하더라고. 그 이후에는 동물병원에서 치료해서 방생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고.

민구 : 너무 허술한데? 그게 다야?

아내 : 그러게 말이야.

아내가 찍은 소쩍이의 마지막 모습을

기본적으로 믿음을 가져야겠지만, 우리 소쩍이를 정체도 모를 기관 사람들이 와서 데려가고 시청에서 보수만 받은 다음 그냥 자기들 편한 대로 처리해버려도 알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자세히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뭔가 허술하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비전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랑 잘 맞는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그냥 내가 부러진 새 날개 고치는 법을 공부해서 잘 돌보고 있다가 뒷 산에서 방생할 것을"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먹이도 주고 치료도 해주면 내 어깨에 앉아서 쥐도 사냥해오고 했을 텐데. 밤엔 '소쩍소쩍' 노래도 불러줬을 텐데.


퇴근해서 보니 베란다에 새털만 날린다. 소쩍이가 갔다. 아내는 질색하며 베란다를 치우란다.


첫째는 자기가 잡은 '멋쟁이 딱정벌레' 어디 갔냐고 따져 묻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지만 많이 서운했나 보다. 상의라도 하고 먹이로 줬어야 했는데.. 나는 조악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멋쟁이 딱정벌레.멋지쥬?

"준아, 그게.. 소쩍새는 이제 몇 마리 안 남았고, 멋쟁이 딱정벌레는 이 동네에 많이 살고 있으니까.. 소쩍새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 아빠가 상의하고 먹이로 줬어야 했는데. 준돌이가 자고 있어서 말을 못 했어. 미안해."


그 뒤로 몇 번이나 멋쟁이 딱정벌레를 잡으러 밤마다 동네를 산책하는데, 철이 지났는지 보이질 않는다. 어느 날, 또 멋쟁이 딱정벌레를 찾아 밤길을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소리.


'소쩍- 솟소 쩍-, 솟쩍-'

혹시 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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