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돌아보니 올해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야- 이런 한 해가 없었네"
생각을 해보니 내 인생 34년 중 최고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전역을 위해 독일 쪽으로 알아보던 일자리에 합격을 해서 괜찮은 연봉으로 계약서를 받았다.
전역을 하겠다며 지휘관들에게 보고를 했고 지휘관들의 설득에 어물쩡 거리는 사이에, 10년 간 몸담았던 군에서 인정을 받아 1차로 진급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일부만 갈 수 있는 육군대학 정규과정에 선발이 되었다.
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고, 뭔가 좀 이상하던 어느 날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해보니 원하던 셋째가 들어섰다. 얼마 뒤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찍어보니 쌍둥이가 귀엽게 자리 잡고 있었다.
부대는 안전했고, 동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비만을 걱정하는 아내의 걱정과는 다르게, 언제 측정해도 내 혈압은 70/110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아무래도 최고의 한 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2020년은 역사에 기록될 역병의 한 해였다.
코로나가 온 지구를 휩쓸었고, 아직도 나는 마스크 뒤에 숨어있다. 마스크라도 쓰고 어디라도 나다니면 다행이지, 지금은 집에서 두 사내아이와 복닥거리며 입덧 중인 아내를 돌보고 있다.
수목원이라도 가서 뛰어놀면 좋겠다마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되면 집 근처에 있는 수목원도 폐쇄다.
집은 정 북향으로,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고 집 근처에는 도보로 갈 수 있는 어떤 시설이나 공원도 없다. 따라서 코로나 2단계가 발령되며 정말 집과 집 주변의 주차장이나 한 바퀴 걷고 오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몇 년 전부터 가고 싶던 독일 이민의 꿈도 어물쩡 거리는 사이에 지체되고 있고, 독일의 상황이라도 별로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1월 이후로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고, 최장기간 장마로 정북향 집엔 곰팡이가 창궐했다.
2020년, 아무래도 최악의 한 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한 해와 최악의 한 해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결국엔 내가 무엇에 집중하냐에 따라 달라진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자명하다. 뭐하러 노력해서 최악의 한해라고 생각하겠는가.
고로, 올해는 최고의 한 해라고 단정을 짓는다.
최고의 한 해에 첨가된 부정적인 요소들은 최고의 한해를 돋보이게 할 소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마치 달콤한 초콜릿에 짠맛을 넣으면 단맛이 더 돋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한 달은 무엇으로 채워 이 최고의 한 해를 갈음할 것인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