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녀석이랑 아침부터 다툼이 시작되었다. 요 녀석 요즘 부쩍 떼쓰고 어깃장 놓는데 물이 올랐다. 아-주 비협조적이고 투정이 심하다. 휴-
옷을 벗으라 해도 싫다 하고, 옷을 입으라 해도 싫다 한다.이 양말 가져다주면 안 신는다고 하고, 저 양말 가져와도 마찬가지다.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젤리만 달라한다. 야채가 한 조각이라도 보이면 끝까지 입구(口)를 사수한다.
자기 원대로 안되면 때리고 던지고 소리 지르다가 울어버린다. 하지만 지 아빠 닮아서 그런지 절대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랑 부딪친다.
하- 아침부터 정말 한바탕 하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들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하는데, 인격대 인격으로 대등하게 싸움이 벌어졌다. 요 녀석 이제 겨우 38개월밖에 안 살았는데 35살 된 아빠에게 지지 않는다. 아주 대단하다.
그래도 싸움 끝엔 미안하다며 안아주고 서로 그러지 않기로 약속하고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녀석도 쿨해서 돌아서면 바로 장난을 걸어온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렇게 금쪽같은 주말을 아침부터 말아먹고 점심에도 싸우고 저녁에도 싸웠다. 녀석과 나는 사사건건 의견이 달랐고 둘 다 굽히지 않았다.
오늘은 나무를 쪼개 벌레를 잡아줬다
싸움의 대미는 목욕과 양치였다. 이미 세 시간 가까이 뒷산에서 벌레며 물고기며 잡다가 들어왔고, 나는 그 이후에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도 한 바탕하고 들어왔다. 아이와 나 모두 지쳤고 피곤했다. 하지만 목욕은 해야 했다. 둘째는 절대로 목욕을 안 하겠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고집부리는 것을 데려다 머리에 거품을 묻혔다. 나도 지칠 대로 지쳤다.
동네 부끄럽게 방음도 안 되는 집에서 서로 윽박지르고 싸우기 시작했다. 너무 화가 나고 힘들었다. 아이를 때릴 순 없고 몇 번이고 욕조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감정에 호소했다. "야!! 아빠도 진짜 힘들어!!! 얼른 목욕하고 나가자고!!!! 제발 좀 도와줘라!!!! 좀!!! 진짜 힘들단 말이야!!!"
하지만 아이는 끝내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고 나는 그 옆에 앉아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아이는 울다 졸다를 반복했다. 휘청휘청 쓰러질 것 같은 녀석을 '안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강제 목욕시키고 데리고 나왔다.
소파에 눕히고 옷을 입히는데, 이 녀석 벌써 반은 잠들었다. 그러면서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옷을 입기 싫다고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었다. 울다 지쳐 잠드는 게 딱 이거구나 싶었다. 나도 울고 싶었다.
애가 뭘 얼마나 알겠나. 아이의 수준과 생각을 이해하면서도 또 무조건 애 뜻에 맞춰줄 수는 없었다. 나도 힘들고 지친다. 아이에게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면 안 될 것 같은데- 바보같이 나도 힘들다며 이해해주기를 호소했다.
아이는 곧장 잠이 들었고, 나는 소파에서 숨을 골랐다. 그러면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모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주나. 다 컸는데도 그렇게 못하네. 그러면서 무슨 38개월짜리한테 나를 이해해주길 바랬나-'
또 울다 잠든 저 표정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몰려든다. 내일은 제발 잘 먹고 잘 입고 잘 씻자 아이야. 제발.. 아빠 좀 살려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