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소방관과 여학생

어느 따듯한 봄날의 화재진압

by 아빠 민구




아저씨, 나는 아저씨가 무슨 표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요.


여학생은 혼자서 말을 이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요- 아저씨 하는 일이 불 끄는 거 아니에요?


사내는 말이 없었다. 바람이 불었지만 모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모자챙 아래로 보이는 눈빛에서 뭔가 굳은 의지 같은 것이 보였다.


제 생각에는요- 아저씨 그렇게 무책임해 보이지 않는데, 왜 지금 옆에서 불이 났는데 그렇게 무신경한 거죠? 불을 끄셔야죠!


사내 옆에서는 작은 폭발이 있었고, 점점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에도 같은 종류의 '화'가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반응을 하지 않은 사내의 모습에 여학생은 점점 톤을 높였다.


아저씨가 안 하실 거면 저리 비키세요, 제가 할 테니까. 어서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리고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약간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여학생은 당장이라도 불'꽃'을 저지하지 않으면 곧 수많은 '화'염과 그 '재'가 사방으로 날릴 것을 알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재채기가 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여학생은 어려서부터 싫어했다. 남들 모두 웃고 즐길 때 함께하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


여학생은 발로 밟아 화재를 진압하려 했지만 역시나 재채기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이내 쉬는 시간 종이 울려 눈물 콧물을 훔치며 들어갔다.


휴-


옆에 서 있던 사내는 등줄기에 땀이 흘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발 밑의 민들레를 잠시 내려다보며 아무도 모르는 미소를 지었고, 다시 책임감 있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소방관과 작은 폭발





10분 만에 쓰고 2분 만에 읽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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