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벚나무

이상한 사람 이야기

by 아빠 민구


해가 좋았다. A는 해를 으러 사무실 앞 벤치에 앉았다. 꽃이 다한 벚나무가 몇 안 남은 꽃잎을 아끼며 조심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에이- 올해는 구경도 못했는데 벚꽃 다졌네.


겨울철 벚나무를 구별할 수 있으세요?


잎 떨어진 활엽수가 다 거기서 거기지, 어떻게 구분하겠어요. 그냥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지.

B가 털어낸 담뱃재가 벚꽃처럼 흩날렸다.


그래도 그렇게 매년 찾아들 다니면서 즐기는데, 잘 모르세요?


봄에 뉴스에서 떠들어대면 인파에 휩쓸려 다니며 '벚꽃'을 보는 거지, 누가 '벚나무'를 보겠습니까.


그러면 여름철 싱그러운 잎사귀나 가을에 불꽃같은 잎도 모르시겠네요


아마도요. 그저 다니며 만나는 가로수가 아니었을까요. 그냥 어디에나 있는 그런 가로수요.

B는 고개를 돌려 연기를 뿜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A의 말을 듣다 보니 연기를 멀리 뱉어내지 못하고 눈에 연기가 스친 모양이었다.


찌푸린 미간을 무시하고, A는 말을 이었다.

가로수는 일 년에 일주일만 축제 거리로 즐기는 꽃이 아니라, 항상 우리와 함께하고 있어요. 벚꽃이 지면서 내미는 초록색 새싹들이나- 더운 날씨에 싱그럽게 피어나는 진녹색 그늘막, 노랑과 주황, 빨간색의 불꽃 모양으로 물드는 단풍과, 그 단풍으로 물드는 길바닥. 검붉고 달콤한 버찌 열매를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동색 나뭇가지가 눈 속에서 형체만 보존하고 있을 때에도. 벚나무는요. 항상 멋지답니다. 벚나무는 분홍색이 아니랍니다.


벚나무를 유심히 보셨네요. 뭐. 듣고 보니 그렇네요.

B는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라고 생각했다.


A는 말을 마치고 벚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B는 담배를 비벼 껐다. 가래를 뱉고 남은 커피를 흙바닥에 뿌리고는 인사를 건네었다.

들어가세요.


ِA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이 와서 담배연기를 쓸어냈고, 벚나무 가지가 대신 손을 흔들었다. 나무 가지에 연녹색의 어린잎들이 달렸고, 그 사이로 파란색 하늘이 보였다. 분홍색 꽃잎은 그 사이 다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꽃이 진 자리를 보며, A는 지난해 산에서 따먹었던 버찌 열매의 맛이 생각나 침이 고였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사람이었다.





10분 만에 쓰고 2분 만에 읽는 소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