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여보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by 아빠 민구



"아- 뭐 먹을 것 없나-"


꼴랑 1시간 운동하고 온 뒤 루틴처럼 입에서 쏟아내는 말이다. 평소보다 저녁을 적게 먹고 운동을 (조금) 해서인지 정말 많이 배고프다. 양심에 기반을 두고 냉장고를 열어본다. 방울 토마토. 오케이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다섯 개. 열개. 그러다 한 통을 다 먹어버렸다. 당연히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냉장고를 열었다. "만두? 아냐 저거 먹으면 살찔 거야. 그냥 과일이나 더 먹어야지. 그래 오렌지." 사소한 내적 갈등 후 오렌지 두 개를 먹었다.


그 이후로 빵도 먹고, 요플레도 먹고, 그러다 어떤 날엔 라면도 먹고, 치킨도 시킨다. 맥주가 있다면 맥주도 한 잔 한다. 운동한 이후라 너무 맛있다. 먹으려고 운동하나 싶다.


그렇게 짧은 보람과 긴 후회를 남기고, 포만 감속에 잠이 들었다. 분명 어제보다 나온 오늘, 오늘보다 나온 내일이 되어있을 것이다. '나은' 말고 배가 더 '나온' 나날들이다. 이런 패턴으로 무늬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된 것 같다.


오늘도 역시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주린 배를 움켜쥐고 냉장고를 열었으나 아내가 알뜰히도 식재료를 활용하여, 집에는 아무런 먹을거리가 없었다. 나는 '치킨'이라는 추파를 던졌으나 아내는 먹고 싶지 않다고 내 잘랐다.


그러며 아내가 오늘도 한 소리 했다. "여보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


정말이다. 아내 말처럼 운동을 하면서부터 더 먹고 더 찌고 있다. 그냥 아무런 운동도 하지 말고 '일-육아-가사'에 집중한 다음 잠이나 자야겠다. 이게 그 '잠'이라는 것도 얼마 뒤면 잘 못 자게 될 테니, 잘 수 있을 때 자 둬야겠다. 괜히 운동하고 나서 폭식하지 말고.


벌써 열 두시가 넘었네, 아- 뭐 먹을 거 없나. 없는 건 알지만 냉장고나 다시 한번 열어보고 이만 자야겠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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