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정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나에게 가용한 시간은 점심시간, 아이들 재우고 난 22시 이후 시간이다. 모두가 같은 조건이라면 '해볼 만하겠다'며 열심히 하겠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피할 길이 없다.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이미 하루에도 적게는 세네 시간, 많게는 그 이상으로 공부할 시간의 차이가 있어왔다. 그런 기간이 4개월 흘렀으니 격차가 선명하다.
급한 마음에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는데 스트레스는 덤이었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니 체중 증가는 필수였다. (먹을 걸 줄이는 용기는 없고 야식은 습관이 되었으니 뭐, 자업자득이다)
다른 건 됐고 시원-한 맥주나 한 캔 마시면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시원한 다른 어떤 거라도. 하지만 냉장고를 한 시간에 한 번씩 열어봐도 없던 맥주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탄산수나, 그게 아니면 그냥 시원한 물이라도 마셨으면 했는데- 몇 번을 열어봐도 냉장고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던 아내가 잠깐 깨서 잠시 얘기를 나누고, 다시 공부하러 방에 들어왔다. 벌써 여름인 건지 앉은자리에 땀이 나고 속이 탔다. 피로도 몰려오니 집중이 흐트러졌다.
갑자기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냉면을 한 사발 끓여냈다. 그 적절한 타이밍과 메뉴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시간은 세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냉면을 한 젓가락 한 젓가락 아껴 먹고, 육수를 들이켰다. 시큼하고 알싸한 맛에 속이 풀리고 갈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내는 낮에 쌓아둔 이야기 봇다리를 풀었다. 아내는 이야기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요즘엔 바쁘단 핑계로 대화 나눌 시간이 부족했었다.
나는 조급했으나,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들으며 맞장구를 쳤다. 몸이 불편한지 아내는 이내 침실로 들어갔고, 하루 종일 앉아있었던 나도 허리가 아파 소파에 기대서 책을 폈다.
역시나 졸음이 솔솔 몰려왔고 책의 같은 부분을 다섯 번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었다. 책을 두고 아내 옆으로 파고들었다.
금방 날이 밝았고,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새벽 세시 냉면의 힘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