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무엇이든 만든다
결핍은 무엇을 만드는가.
수많은 병사들을 만나보았고, 내 군생활의 독특한 이력으로 그중 많은 병사들을 군생활 중간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정말 많은 젊은이들이 아픈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알기 위해 아픈 그 들의 내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린 시절의 어떤 결핍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쪽빛처럼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들의 20년 드라마는 보통은 애달픈 것들이었다.
그 어떤 결핍은 그들의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남아 그들을 따라다녔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결핍은 폭력성, 우울증, 사회성 부족, 거짓 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었다. 경미한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결핍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이든 만든다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들은 무사 안녕한가- 생각해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 결과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렴풋하게 무엇인가의 결핍들이 하나하나 설익은 결실들을 낳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정확히 훈육의 기준선을 잡지 못했고, '안돼'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었다. 그래서인지 첫째는 자신감이 없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을 주저한다. 일상 속에서 쉽게 토라지고 무언가 할 때마다 부모의 눈치를 본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몫을 빼앗겨 본 적 없는 둘째는, 동생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본격적인 결핍이 시작된 것 같다. 최근엔 수시로 나와 아내의 젖꼭지를 만진다. 정도가 심해져서 그런 행동을 못하게 하면 그것이 또 상처가 되고 결핍이 되는지 아이의 역감정이 발생했다.
아직 어린 쌍둥이들도 나름대로의 결핍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마주 보며 말 걸어주면 그렇게 좋아하는데, 손이 부족해 놀아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뒤집기도, 옹알이도 다 조금씩 늦어진다.
물론, 넷을 키워보니 한 배에서 나왔어도 각기 타고나는 '기질'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과 상황에 더해 부모의 훈육 방법은 아이의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기질에서의 약점과 결핍이 맞아떨어지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발생한다.
약점과 결핍이 만나 만들어낸 그림자는 늘 아이들을 따라다닐 것이다.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첫째 아이 같은 경우에는 벌써 여섯 살이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고쳐지는데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라는 것들도 눈에 보인다.
그림자를 지우는 것은 더 많은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맛있는 과자를 사주는 것도 아니다. 그림자에 대고 철수세미를 빡빡 문지른다고 해서 그림자가 지워지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그 원인이 되는 결핍을 찾아 채워주는 것 만이 빛을 비춰 그림자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물리적인 '부족함'과의 사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여럿으로 복제되지 않는 이상 이 아이들에게 충분히 눈 맞추고 이해해줄 시간,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결핍을 최소화하고 지금까지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결핍으로 생긴 그늘을 지우고 밝은 아이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중차대한 과업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립시킨 아이가 제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잘못들이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글을 쓸 것이다.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아이들을 기르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있도록 글을 쓰며 실마리를 잡고 따라가 보려고 한다.
나는 부족한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