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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Nov 30. 2021

EP#01 결핍은 무엇을 만드는가

결핍은 무엇이든 만든다


결핍은 무엇을 만드는가.


수많은 병사들을 만나보았고, 내 군생활의 독특한 이력으로 그중 많은 병사들을 군생활 중간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말 많은 젊은이들이 아픈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알기 위해  그 들의 내면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린 시절의 어떤 결핍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빛처럼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들의 20년 드라마는 보통은 애달픈 것들이었다.


그 어떤 결핍은 그들의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남아 그들을 따라다녔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결핍은  폭력성, 우울증, 사회성 부족, 거짓 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었다. 경미한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결핍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이든 만든다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들은 무사 안녕한가- 생각해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 결과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렴풋하게 무엇인가의 결핍들이 하나하나 설익은 결실들을 낳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정확히 훈육의 기준선을 잡지 못했고, '안돼'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었다. 그래인지 첫째는 자신감이 없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을 주저한다. 일상 속에서 쉽게 토라지고 무언가 할 때마다 부모의 눈치를 본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몫을 빼앗겨 본 적 없는 둘째는, 동생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본격적인 결핍이 시작된 것 같다. 최근엔 수시로 나와 아내의 젖꼭지를 만진다. 정도가 심해져서 그런 행동을 못하게 하면 그것이 또 상처가 되고 결핍이 되는지 아이의 역감정이 발생다.


아직 어린 쌍둥이들도 나름대로의 결핍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마주 보며 말 걸어주면 그렇게 좋아하는데,  손이 부족해 놀아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뒤집기도, 옹알이도 다 조금씩 늦어진다.


물론, 넷을 키워보니 한 배에서 나왔어도 각기 타고나는 '기질'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과 상황에 더해 부모의 훈육 방법은 아이의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기질에서의 약점과 결핍 맞아떨어지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발생한다.


약점과 결핍이 만나 만들어낸 그림자는 아이들을 라다닐 것이다.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첫째 아이 같은 경우에는 벌써 여섯 살이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고쳐지는데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라는 것들도 눈에 보인다.




그림자 지우는 것은 더 많은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맛있는 과자를 사주는 것도 아니다. 그림자에 대고 철수미를 빡빡 문지른다고 해서 그림자가 지워지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그 원인이 되는 결핍을 찾아 채워주는 것 만이 빛을 비춰 그림자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물리적인 '부족함'과의 사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여럿으로 복제되지 않는 이상 이 아이들에게 충분히 눈 맞추고 이해해줄 시간, 아이를 이해하고 감해줄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결핍을 최소화하고 지금까지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결핍으로 생긴 그늘을 지우고 밝은 아이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중차대한 과업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립시킨 아이가 제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잘못들이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글을 쓸 것이다.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아이들을 기르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있도록 글을 쓰며 실마리를 잡고 따라가 보려고 한다.


나는 부족한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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