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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Apr 26. 2022

늦어라 벚꽃


벚꽃은 없었다.


업무다 육아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출퇴근 길 보던 벚꽃이 봄비 한 번에 다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있던 녀석들도 지각생처럼 서둘러 져 버렸다.


"늦어라 늦어라 제발 늦어라 벚나무야"


주말. 급한 마음에 응달이 좀 지는 광교저수지 쪽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갔다. 막내들에게는 인생 첫 벚꽃 놀이었다. 제발 남아있기를 바랐다.


만개는 아니지만 분홍 꽃잎과 연두 잎이 적당히 섞인 생기 넘치는 벚나무들이 장승처럼 솟아있었다. 한 발 늦은 벚꽃 덕에 아기들에게 첫 벚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지각생은 나쁘다지만 좀 늦은 벚꽃은 바쁜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늦었다고 채근질 하곤 하는데. 우리를 기다려준 벚꽃을 생각하며 조금 여유 있게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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