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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Jun 21. 2022

여섯 명이면 호텔방을 두 개 잡아야 하나?#02

그래서 캠핑카를 빌렸지


우선 캠핑카를 빌리러 한 시간을 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두 시간을 운전해서 태안반도로 갈 계획이다.


중간에 아무런 차질이 없다면 휴게소 한 번 들르는 시간을 고려해 네 시간이면 바다에 닿을 수 있겠다.


라고- 생각을 했으나 캠핑카를 인수받는 것부터 시간이 꽤 걸렸다. 전날 유튜브를 보면서 캠핑카 사용 요령을 공부해놨지만 예상보다 기능이 많고 복잡했다.


차에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20분이나 설명을 들었을까, 드디어 차량을 인수했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야, 이제 캠핑카 타도 돼!"


아이들은 포르르 달려와 캠핑카의 이곳저곳을 탐색했다. 캠핑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신이 나서 팔랑팔랑 거렸다. 아무래도 호텔방 두 개 잡는 것보다 캠핑카를 빌리기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때는 그랬다)


이제 바다에 닿기만 하면 된다. 그럼 바다가 알아서 아이들과 놀아줄 것이다. 안전하고 빠르게 가자! 아차, 아까 설명할 때 시속 80km 이상 달릴 수 없다고 했다.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고속도로에 올라타니 시속 80km는 생각보다 더 느리고 답답한 속도였다. 게다가 처음 몰아보는 캠핑카는 무게중심이 높아서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좌우로 기우뚱거렸다.

 

배도 고프고 전날 잠 못 자고 여행 준비한 것의 피로가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평택을 넘어서자 행담도 휴게소가 있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휴게소를 배회했다. 밥도 먹고 간식도 사고 미리 준비 못한 종이컵도 샀다.(무려 10개에 1500원... ) 신이 나서 행담도 휴게소를 휘젓고 다니다 보니 한 시간 반을 보냈다. 이러다 바다에 못 가는 건 아닐까.


주린 배와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이제는 집중력 있게 차를 몰았다. 캠핑카 운전도 손에 익었다. 이정표에 '만리포 해수욕장'이 보이자, 아내는 장인어른의 애창곡이라며 '만리포 사랑을'을 틀었다.


도로 옆 전원적 풍경에 울려퍼지는 만리포 사랑은 찐계란에 사이다 같이 잘 버무려졌다.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며 따라 부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만리포 근처에 조용한 해변 마을이었다.


백사장이 내려다보이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강아지들을 풀었다. 아이들은 (당연히) 신이 나서 갈매기를 쫓고 파도에 쫓기며 폴짝폴짝 뛰었다. 팝업텐트와 차양막을 펴니 정말 순식간에 캠핑이 시작되었다.  



"야, 애들아 얼른 와봐 텐트 폈어"


생각보다 넓어서, 성인도 여섯 명 정도는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침실만 무려 세 개.

캠핑카 안에서 놀면서 아내가 준비한 끼니를 했다. 이제는 정말 나가서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수렵채집 도구들을 챙겨 모래사장과 갯벌로 나갔다.


자갈과 바위틈 사이, 갯벌 여기저기에 역시나 온갖 동물들이 와글거렸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사냥을 다녔다. 언제나 즐거운 준돌이들의 자연 탐사 시간이었다.


동생들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하고 거의 집과 놀이터에서만 놀았는데,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아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아이들과 갯벌을 다니며 놀다보니 사진을 못찍었다. 간신히 우리 노는 걸 근처 자갈밭에서 구경하던 아내가 찍은 쌍댕이들 사진만 남았다.

캠핑카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당연히 그냥 자기는 너무 아까웠고 방파제 끝 등대까지 산책을 했다. 조용하고 나지막한 등대였다.


유튜브 없이, 게임 없이- 가로등 불 아래를 거닐며 파도소리 사이로 대화들이 오고 갔다. 저녁시간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 바쁜 치열한 시간이라 대화 시간이 없었는데. 그 자체로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어리광도 받아주고 농담도 주고받았았다. 어린이집에서는 어땠는지, 오늘 바다는 어땠는지 대화를 하다 보니 거진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당연히 차에 돌아온 아이들은 뻗었다. 그리고 나와 아내도 뻗었다. 창밖으로 별빛과 파도소리가 팥빙수처럼 뒤섞였다. 콤한 밤이었다. 달콤한 잠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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