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결전.
넓은 들판을 사이에 두고 대 병력이 진을 쳤다. 양쪽의 장수는 희생을 줄이자며 일기토에 합의했다.
창을 꼬나 쥐고 방패를 치켜든다. 투구 아래로 진땀이 기어간다. 수만의 병력들이 둘러쳐 있으나 쥐 죽은 듯 바람소리만 귓바퀴를 할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뛰어가는 두 사내. 그리고 이내 떨어지는 한 나라의 운명.
뭐 이런 게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거의 대부분은 우리 삶에 치명적이지 않다.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김치찌개를 먹든 감자탕을 먹든. 치맥을 먹든 곱소를 하든, 그 어떤 것도 우리 삶을 파멸로 이끌어가지 않는다.
일상적 수준에서의 모든 기로는 우리가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만큼 가치 있지 않다. 물론, 붙들고 앉아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고민하면 아주 조금 더 나은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그것뿐이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건 아닐까.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너무 심취하거나 긴장한 나머지 발끝만 보면서 천로역정의 순례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생은 한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방을 쫓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극 소수는 한 방으로 인생을 역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극 대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런 ‘한 방’에 기대하며 인생을 거는 행태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인생은 하상 괴석으로 쌓아가는 젠가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하나 차분히 모아가는 따조같은 것이다. (따조 알라나 모르겠네) 어렸을 때 따조 모으려고 치토스를 엄청 먹었었는데, 늘 내가 원하는 따조가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은 따조든, 나쁜 따조든 하나하나 모아가며 따조 컬렉션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가 던지는 돌멩이가 큰 파장을 일으킬 만큼 우리의 삶은 작은 웅덩이가 아니고, 우리는 큰 바다를 향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던지는 작은 조약돌은 파도나 해류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좋다.
인생은 한 방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 내 앞접시에 놓인 스테이크에 집중하지 말고, 최소한 그 레스토랑이나 그 건물이나 그 동네 정도는 생각하면서 살자.
그런 마음으로 모든 다가오는 것들을 대한다면 조금 더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안심하자.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접근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