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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 Oct 24. 2021

1만 명 중 한 명

묻어둔 이야기 2

-2020년 10월 8일 일기-



특별한 사람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난 좀 특별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나에게도 그런 시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는 잘 될 거야, 왜냐면 난 원래 잘났거든."


주변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낯 뜨거운 본인 자랑을 서슴없이 하던 나는 어느 날 내가 아주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지게 될 겨를도 없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꿈을 키우기에 턱없이 모자랐던 4년 6개월의 대학생활은 가족들에게 더 이상 핑곗거리가 되지 않았다.

눈치가 보여 바로 돈을 벌기 위해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하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봉와직염에 걸려 일주일간 입원을 했다.


열다섯 살 때부터 미세하게 부어있던 오른쪽 다리가 육안으로 보아도 선명하게 터질 듯 부어올랐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터라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엄마의 추천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게 되고 우연히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질색팔색을 했던 사무직이었다.


고작 1년 만에 찾아온 변화에 익숙해질 틈도 없이 곧바로 내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내려졌다.


내가 림프부종 환자란다.

열다섯 살 때부터 달고 살던 오른 다리 부종은 선천적으로 발생한 림프부종의 증상이라고.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병이라고 했다.


그 뒤에 의사 선생님이 덧붙인 말이, 오히려 그때의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환자 분 같은 케이스는 확률로 따지면 1만 명 중 한 명이예요. 말 그대로 희귀병이죠-


2020년 10월 8일, 나는 다시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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